신중도? 유럽우파의 이데올로기와 움직임
: 드레스덴 정치학회 리뷰(1)
손어진(소나기랩 연구원, 치타우-괼리츠 대학 정치학 박사과정)

목차1. 컨퍼런스가 개최된 배경1.1. 독일 우파의 근거지, 작센주에서 열린 정치학 컨퍼런스 1.2. 켐니츠 사건: 독일인이 난민에 의해 살해당했다!? 1.3. 극우정당 AfD의 등장 |
독일 우파의 근거지,
작센주에서 열린 정치학 컨퍼런스
지난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작센(Sachsen)주의 주도인 드레스덴(Dresden)시에서는 ‘신중도? 유럽지역의 우파 이데올로기와 그 움직임(Die neue Mitte? Rechte Ideologien und Bewegungen in Europa)’이라는 제목으로 3일 동안 컨퍼런스가 열렸다.
작센주는 작년 연방 선거에서 이민자를 배척하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 독일을위한대안(이하 AfD)*에 가장 많은 표를 던진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센주에서 이러한 학회가 열린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Alternative für Deutschland, 독일을위한대안 정당. 2013년 베를린에서 창당.
** 관련기사 :독일 극우 72년만에 의회 입성…“독일이 포퓰리즘에 졌다” (한겨레,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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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국의 대구에서
박정희-박근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학회를 여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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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는 드레스덴의 독일 보건 박물관(Deutschen-Hygiene Museum Dresden)에서 열렸다. 유럽의 우파와 관련한 컨퍼런스가 왜 독일 보건 박물관에서 열린 것일까?
1912년에 의학/보건/위생 교육을 목적으로 세워진 ‘드레스덴 보건 박물관’은 독일 현대사와 함께 정치·사회적 변화를 경험한 곳이다. 나치 체제(1933-1945) 하에서는 보건 박물관이 나치 우생학, 인종 우월 이념을 생산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45년에는 드레스덴 폭격에 의해 대부분의 건물이 폭파되었다가 재건되었으며, 이후 동독(DDR, 1949-1990) 정부하에서는 공공 보건(흡연, 성교육, 임신, 수유 등)에 관련한 교육자료 등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인류, 인간, 신체’ 등을 주요 테마로 하여 관련한 다양한 과학적, 철학적, 사회학적 전시 및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 동안 박물관에서는 ‘인종차별주의(Rassismus)’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에서는 인종(종족)이란 18세기 제국주의가 양산한 과학적 발명품일 뿐이며, 이 인종차별 이데올로기가 가져온 현대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을 강력하게 저항하고 비판하고 있다.
컨퍼런스의 마지막 순서는 이 전시를 함께 관람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AfD를 비롯한 오늘날 독일 사회의 우파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과 인종차별주의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컨퍼런스는 독일 보건 박물관과 함께, 독일연방의 정치교육분과(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드레스덴 공대 메르카토르 이민과 민주주의 포럼(Mercator Forum Migration und Demokratie an der TU Dresden), 드레스덴 공대 커뮤니케이션학과 (Institut für Kommunikationswissenschaft der TU Dresden), 치타우/괼리츠 대학의 트라보스* 연구소(TRAWOS-Institut der Hochschule Zittau/Görlitz), 작센 문화사무소(Kulturbüro Sachsen e.V), 드레스덴-마이센 교구의 가톨릭 아카데미(Katholischen Akademie des Bistums Dresden-Meißen)의 협력 속에서 진행되었다.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의 ‘변동, 거주, 사회적 지역발전(Transformation, Wohnen und soziale Raumentwicklung)’ 등을 연구하는 연구소. 치타우와 괼리츠도 작센 주의 도시들 중 하나이다.
이처럼 국가기관에서 시민단체, 종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체들의 참여는 우파의 생각과 움직임에 대한 독일 내의 대단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켐니츠 사건:
독일인이 난민에 의해 살해당했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작센주 켐니츠(Chemnitz)시,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주의 쾨텐(Köthen)시 등에서는 극우 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이 시위는 지난 2018년 8월 26일 켐니츠시내 거리 축제 이후 발생한 쿠바계 독일인의 사망사건 용의자가 이민자인 이라크인과 시리아인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되었다.* 특히 9월 1일에는 독일대안당 등 반외국인 극우세력이 주최한 대규모 침묵시위 및 이에 맞선 반극우주의 시위가 충돌하여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후 용의자 중 한 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풀려났다. 희생자는 이민자 배경을 가진 독일인이었고, 나치에 반대하며 독일 좌파당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우파가 악의적으로 난민 vs 독일인의 구도로 사건을 단순화 시키고 있다는 등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관련 영상
이에 사망자를 추모한다는 명목으로 극우 단체들이 집회를 조직했고, 여기에 독일 전역에서 네오나치들이 몰려와 켐니츠에서는 6000여 명이, 쾨텐에서는 2천 500여 명이 모였다. 집회를 조직한 단체 중 일부는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는 선전을 퍼트렸고, 집회는 과격한 구호와 욕설이 난무했다. 이후 계속된 극우 단체들과 개인들의 집회와 그들의 폭력적이고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은 시위 장면은 뉴스에 연이어 보도됐다.

사람들은 ‘우리가 (바로 그 위대한 독일) 국민이다!(Wir sind das Volk!)’, ‘(우리 세금 축내면서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나 일으키면서 평온한 우리 일상을 망가뜨리는) 외국인들은 모두 나가라!(Auslander raus!)’, ‘(이런 외국인과 난민을 받아들인) 메르켈은 물러나라!(Merkel muss weg!)’ 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고함을 친다. 그런가 하면 ‘히틀러 만세!(Heil Hitler)’를 하는 사람도 카메라에 잡힌다. * 이 시위대에는 AfD, 페기다(PEGIDA*), 자유 전우회(Freie Kameradschaften), 네오나치(Neonazi), 극우 훌리건(Hooligan) 등이 함께했다.
*관련기사 : 메시지로 드러난 학살분위기 (“Pogromstimmung mit Ansage” Neues Deutschland(2018.08.28)
*PEGIDA: Patriotische Europä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 서방세계의 이슬람화에 저항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2014년 10월 독일 드레스덴 지방에서 조직된 반이슬람 비영리 정치 조직.
2016년 새해, 쾰른 중앙역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은 독일의 우파 단체들을 연대하게 한 계기였다. 당시 쾰른뿐만 아니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했던 성폭행, 성추행, 강도, 절도 등의 범죄 용의자들 대부분이 이민자로 지목됐다.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아?’라는 인식이 독일 사회로 살며시 번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난민을 수용한 메르켈 정부로 일부 화살이 돌아갔다.
*관련기사 : 쾰른 1000명 집단 성폭력 사건…충격에 빠진 독일(한겨레, 2018.01.06)
2015년까지 주목할 만한 정치적 입지를 갖지 못했던 AfD는 그해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주 선거(2016.03.13)와 베를린시 선거(2016.09.18)에서 각각 15.1%와 14.2%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당히 주의회와 시의회에 진출했다.
극우 정당 AfD의 등장
작년 9월에 있었던 독일 연방 선거에서 AfD는 연방의회 총 709석 중 94석을 얻어 제3 당이 되었다. 전국적으로 AfD가 얻은 득표율은 12.6%이지만, 켐니츠시가 있는 작센주에서는 27.0% 나 얻어 정당투표로는 연방 내, 작센주 내 최고 득표율과 의석률을 기록했다.* 작센주의 10명 중 약 3명이 AfD를 지지하거나 또는 그들에게 표를 주었고, 수도인 베를린에서도 10명 중 1명이 AfD를 지지하고 있다. 현지에 사는 외국인들이 낯선 독일인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게다가 외국인 여성의 경우 성범죄까지 더해진다. 과연 이 불안이 기우일까?
* 작센주에서 선출된 연방의원 총 38명 중에 기사연이 12명, 독일을위한대안이 11명, 좌파당이 6명, 사민당이 4명, 자민당이 3명, 녹색당이 2명으로 독일을위한대안이 두 번째로 많다.
[2017년 9월 24일 독일 연방의회 선거 결과]
제1 투표 (지역구 후보) | 제2 투표 (정당) | 총 | ||||
득표율 | 의석수 | 득표율 | 의석수 | 의석수 | 의석률 | |
기민연 | 30.2 | 185 | 26.8 | 15 | 200 | 28.2 |
사민당 | 24.6 | 59 | 20.5 | 94 | 153 | 21.6 |
독일을위한대안 | 11.5 | 3 | 12.6 | 91 | 94 | 13.3 |
자민당 | 7.0 | – | 10.7 | 80 | 80 | 11.3 |
좌파당 | 8.6 | 5 | 9.2 | 64 | 69 | 9.7 |
녹색당 | 8.0 | 1 | 8.9 | 66 | 67 | 9.4 |
기사연 | 7.0 | 46 | 6.2 | – | 46 | 6.5 |
총 | 299 | 410 | 709 |
[각 정당별 최고 득표율_제2 투표 기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주를 중심으로]
기사/기민연 | 사민당 | 독일을위한대안 | 자민당 | 좌파당 | 녹색당 | |
바덴-뷔르템베르크 | 34.4 | 16.4 | 12.2 | 12.7 | 6.4 | 13.5 |
바이에른 | 38.8 | 15.3 | 12.4 | 10.2 | 6.1 | 9.8 |
베를린 | 22.7 | 17.9 | 12.0 | 8.9 | 18.8 | 12.6 |
함부르크 | 27.2 | 23.5 | 7.8 | 10.8 | 12.2 | 13.9 |
작센 | 26.9 | 10.5 | 27.0 | 8.2 | 16.1 | 4.6 |
2013년에 창당한 AfD가 1980년, 2007년 각각 창당한 녹색당, 좌파당을 제치고 제 3당이 된 것은 극우와 극좌를 지양하는 독일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위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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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위기는
당연히 사회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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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특히 작센주의 젊은 학자들과 연구자들, 학교(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포함)와 각종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정치·사회에서 극우의 움직임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현상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파·양성 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레스덴의 컨퍼런스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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