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어진(소나기랩 연구원, 치타우-괼리츠 대학 정치학 박사과정)
목차5. 유럽연합 의회에서 극우정당 연합6. 구소련 국가, 구동독 지역의 극우현상6.1. 극우 정당의 의회 진출6.2. 극우 현상의 이유7. 일상에서 만나는 극우 메시지 |
5. 극우 정당의 유럽연합(EU) 의회 진출
평화와 자유를 위한 동맹(APF)* 반유럽연합 체제, 보호주의, 자국의 이익을 대표
극우-뉴라이트의 조직적인 운동, 극우 정당의 세력화는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그리스, 스웨덴 등 전 유럽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일의 AfD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국민전선(National Front), 이탈리아의 북부동맹(Lega Nord)과 이탈리아형제(Brothers of Italy), 네덜란드의 자유당(Party for Freedom),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reedom Party), 벨기에의 플랑드르 이익당(Flemish Interest), 그리스의 황금새벽당(Golden Dawn), 헝가리의 요비크(Jobbik, 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 슬로바키아의 슬로바키아국민당(People’s Party-Our Slovakia),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 덴마크의 덴마크인민당(Danish People’s Party) 등 유럽 전역에서 우파 세력들이 각 국가의 의회로 진출했다.* 이들 중 몇몇 국가는 EU 의회에 진출하여, APF로 묶여 전 유럽차원의 공동 대처, 공동 해결 등을 통한 연대와 협력을 추구한다. APF 주요한 기본 입장은 다음과 같다.*
- 우리는 개별국가들과 함께 기독교 가치와 유럽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우리 시대의 커다란 도전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주권 국가로서의 유럽을 지지한다.
- 우리는 평화로운 삶을 위한 기본 인권을 옹호하며, 본국에서 살기 좋은 표준을 지킨다. 이민자와 원주민을 괴롭히는 차별과 불평등을 초래하는 대량 이민에 대해 반대한다. 우리는 유럽 청소년들이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고, 우리 민족성과 문화를 파괴하는 것들에 저항하도록 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6. 체제 변화를 극심하게 겪었던 구소련지역, 동독지역에서 극우 강세
유럽의 경우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로의 변환 과정에서 사회경제 변화를 극심하게 겪었던 지역에서 이같은 우파 이데올로기 확산 현상이 분명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진 유럽의 구소련 국가*(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독일의 경우 동독(작센, 작센안할트, 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튀빙겐, 동베를린)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 및 지역을 중심으로 모아진 극우세력은 정당으로 창당되고, 점점 정치적인 힘을 얻는 과정에 있다. *윤덕희(2016) “중·동유럽에서의 포퓰리즘 상승에 관한 연구” 국가전략 22권 1호
대표적으로 폴란드의 경우 2015년 5월 대선에서 극우 법과정의당(PiS)의 안제이 두다(Andrzej Duda)가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10월 총선에서는 법과정의당이 집권 정당이었던 자유주의 보수정당인 시민연단(PO)을 이기고 총 의석 460석 중 235석을 차지했다. 2018년 헝가리에서도 반난민 민족주의 정당인 피데스(Fidesz)와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요빅(Jobbik)이 전체 의석 199석 중 159석을 차지했다. 체코의 자유와직접민주주의(SPD), 슬로바키아의 국민당(SNS), 불가리아의 애국연합(ОП) 등도 극단적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 반유럽연합(글로벌 자본주의와 공동규제 반대), 주권과 정체성 회복 등을 주장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의회에 진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구동독지역과 서독에서 독일을위한(AfD)의 지지율은 3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2017년 연방선거의 경우, 서독 뮌스터 지역에서 AfD의 지지율은 4.9%, 동독 작센의스위스 지역 35.5%).
서구 유럽의 새로운 자유 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소외된 집단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되고 진행된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제도화와 정당체제의 수립 과정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집회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치 엘리트 중심으로 자유 민주주의 정당 체제가 공고화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는 집단들이 생겨났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혹은 유럽 시장질서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들의 소외(경제적 격차, 불안정, 빈곤, 실업 등)는 더욱 극심해졌다. 이들 사이에서 지배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 또는 유럽연합 체제에 대한 반발, 여기에 대중을 선동시킬 수 있는 민족주의적 주체성 회복과 같은 포퓰리즘 현상이 더해졌다.
동독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에도 동독 시민들을 대표하는 정당인 독일 민주사회당(PDS)이 존재했고, 이것이 좌파당(LINKE)으로 이어져 여전히 구동독의 시민들의 지지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반면 이 동독 지역에서 극우 정당인 AfD 지지율이 높은 것은 좌파당 또한 이러한 엘리트 정치집단이란 대중들의 이해에서 피해갈 수 없으며, 현재의 정치·경제 시스템으로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7. 일상적으로 전파되는 우파의 메시지
반(反)난민·반이민·반이슬람·반유럽연합·반페미니즘·반유대주의·민족주의
아직도 종이 매체가 살아있는 독일에서 일상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월간 잡지(Compact, Sezession, Zuerst, DMZ, CATO), 주간 신문(Junge Freiheit) 및 기타 잡지(Deutschland in Geschichte und Gegenwart, Volk in Bewegung, Blaue Narzisse, Burschenschaftliche Blätter)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Pinews) 등을 통해 우파 이데올로기가 확산된다. 또한 각종 정치 모임, 클럽, 조합, 비영리 단체, 연구기관 (Sozial-Natonal-Legal, Deutsche Stimme, Zündstoff, Der Ordnungsruf, Kampfsport, IVW) 등의 형태로 활동하기도 한다.
특히 제체시온(Sezession)의 편집장이자 안타이오스(Antaios)라는 개인 출판사를 가지고 있는 괴츠 쿠비체크(Götz Kubitschek)는 독일 극우 이데올로기를 생산·양산하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는 극우 주간신문인 융에 프라이하이트(Junge Freiheit)의 설립자이자 편집인이며, 우파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소(Institut für Staatspolitik)를 창립했다. 또한 그는 앞의 글에서 언급한바 있는 독일 내 정체성 운동(Identitäre Bewegung)과 아인 프로첸트(Ein Prozent)의 설립에 깊이 관여했으며, 종종 페기다(PEGIDA)와 독일을위한대안(AfD)의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한다. 그는 그의 잡지와 신문 등을 통해 독일 민족주의, 뉴라이트, 반유대주의 핵심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나치 독일로의 회귀?
작센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일이다.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던 한 아이의 그림을 보고 교사는 깜짝 놀란다. 아이는 가족들과 집에서 노는 장면이라고 그림을 그렸는데, 집 안에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가 중심에 걸려 있고, 엄마와 아빠가 ‘하일히틀러’ 경례를 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 일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 세대 중에서 AfD 지지자 또는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멤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이에 어린이집 교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이들의 사상 교육에 관련한 교사 교육, 극우 부모들과의 만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인 학부모회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균형잡인 사고와 이해를 위한 지침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돼지고기를 먹는데, 저 아이만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모든 아이에게 고기를 먹여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 부모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한다.
드레스덴에서 열렸던 이틀간의 컨퍼런스를 마치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3년간 서베를린에 살 때는 주로 교통수단이 지하철(U반)이었는데, 동베를린으로 이사온 후부터는 주로 슈트라센반(Straßenbahn=Tram)을 타고 다닌다. 슈트라센반 안에서 문득 ‘이들 중 나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은 아닐까 하다 ‘독일을위한대안(AfD) 지지율 35.5%’라는 수치가 떠오른다. 독일과 유럽은 정말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트람은 영어식 표현으로, 동독 사람들은 여전히 독일어로 슈트라센반이라 말한다. 베를린이라도 서베를린은 지하철(U-Bahn, S-Bahn)이 개발되면서 트람이 없어졌고, 동베를린은 아직까지 슈트라센반 중심이다.
독일 치타우/괼리츠 대학 정치학(Management Sozialen Wandels)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