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ap)

독일에서도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희롱 사건 발생
피해여성들, 관할 부서에 서면으로 고발

호헨쉔하우젠(Hohenschönhausen)의 여성들은 어떻게 해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을까? (☞기사보기작년 12월 18일 독일 주간지 <디 자이트(Die Zeit)>에 발행된 한 인터뷰의 제목이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은 지난해 6월 베를린 동쪽에 위치한 베를린 호헨쉔하우젠 기념관(Die Gedenkstätte Berlin-Hohenschönhausen,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형무소) 내 성희롱, 성추행, 성차별적 언행과 부당 업무지시 등을 고발한 6명 중 한 사람이다. 지난 6월 11일, 6명의 여성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직원, 실습생, 사회봉사자 등으로 호헨쉔하우젠 기념관에서 일하면서 부소장인 헬무트 프라우엔돌퍼(Helmuth Frauendorfer)에게 성적으로 당한 부당한 일들에 대해 고발했다. 또한 기관 내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구조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적 대우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연방 문화-미디어 장관, 베를린 문화-유럽부 장관, 연방 차별금치청(Antidiskriminierungsstelle des Bundes)에 서면을 보냈고(☞편지보기), 이에 베를린 주정부 소속 문화부는 관할 재단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일자 기념관은 가해자로 지목된 프라우엔돌퍼 부소장을 휴가보냈고 일부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자 그의 해임을 결정했다. 결국 그는 다시 기념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어 9월에는 호헨쉔하우젠 기념재단 이사회*가 기념관 소장인 후베르투스 크나베(Hubertus Knabe)의 해임안까지 결정했다. 크나베 소장은 2016년에도 있었던 프라우엔돌퍼 부소장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묵인했으며, 피해 직원의 항의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당시 베를린 문화부는 프라우엔돌퍼 부소장이 관할하는 업무에 여성 직원 또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을 두지 않을 것을 지시했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크나베 소장 자신도 근무하는 동안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의 임기는 올해 3월 31일 끝나지만 지난 9월부터 기념관 출입이 금지됐다.  

*베를린 부시장이자 문화-유럽부 장관 클라우스 레더러(Klaus Lederer, 좌파당)가 호헨쉔하우젠 기념 재단 이사장으로 있음. 6명의 여성이 서한을 보낸 이틀 후 레더러는 이 여성들을 만났다.

 

일반 평등대우법 차별금지조항에 따라 가해자 처벌
사용자 조치와 의무 다하지 않은 기관장도 함께 처벌

독일 일반 평등대우법(Allgemeines Gleichbehandlungsgesetz, AGG)* 제3조에서는 “성적인 괴롭힘(Sexuelle Belästigung 성희롱)”에 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제3조 (개념) (4) 성적 괴롭힘이라 함은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와 성적 행위에 대한 요구, 성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신체접촉, 성적인 내용에 대한 언동 및 원하지 않는 음란 표현물의 적시ᆞ현출(現出) 등과 같은 원하지 않는 성적으로 특정한 행동이 타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도록 의도했거나 일으킨 경우, 특히 위협, 적대시, 멸시, 품위손상 또는 모욕으로 특징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의도했거나 일으킨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성적 괴롭힘이 직장내 발생했을 경우, 사용자의 조치와 의무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제12조 (사용자의 조치와 의무) (3) 취업자가 차별금지를 위반한 경우에, 사용자는 경고, 이동, 배치전환 또는 해고 등 차별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개별 사안에 적합하고, 필요하며 적정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4) 취업자가 그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삼자에 의해 제7조 제1항의 차별을 받은 때에는 사용자는 취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별 사안에 적합하고, 필요하며 적정한 조처를 하여야 한다.”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은 인종, 출신 민족, 성별, 종교 또는 신념, 장애 여부, 연령 또는 성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방지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프라우엔돌퍼 부소장은 그동안 여성들에게 직접적인 신체접촉은 물론 개인 면담을 핑계로 한 메시지, 저녁 식사 및 개인 집으로 초대, 음주 권유, 데이트 및 잠자리 요청, 외모에 대한 언급이나 성생활(성 접대 시설, 파트너 교환클럽 방문 등) 및 성적인 농담 등 명백한 성희롱을 해왔다. 거기에 크나베 소장은 해당 직원의 성희롱으로 인한 고충을 접수하고도 필요한 적정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번 호헨쉔하우젠 기념관의 소장과 부소장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해임된 사건은 독일 또한 직장 내 권력을 이용한 성희롱 및 추행이 존재한다는 점, 피해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시사하고 있다. 독일 연방차별금지청에 의하면 독일 노동자의 20% 정도만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및 (평등대우법 제14조 ‘근무 거부권 등과 같은) 피해 시 권리와 사용자의 권리 조항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노동자 두 명 중 한 명이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독일 성폭행 처벌 강화 노력
성희롱 조항 신설, 가해자 처벌 강화

호헨쉔하우젠의 6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피해를 경찰의 수사가 아닌 정치적 해결에 맡겼던 것은 독일의 형법이 성희롱 또는 성폭행 관련 조항에 있어서 아직도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비판에서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약간의 진보는 있었다. 지난 2016년 개정된 독일 형법(Strafgesetzbuch, StGB)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성희롱(Sexuelle Belästigung)” 조항이 새로 생겼다. 신설된 형법 제 184i 조에 의하면, 성희롱의 경우 “(1) 신체적으로 접촉하여 성적인 방법으로 타인을 희롱한 자는, 다른 조항에서 더 엄격한 처벌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2) 특별히 중한 경우에는 3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 공동으로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별히 중한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여성들이 형사고발을 진행하고 피해사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자료를 제출할 경우 가해자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동시에 성폭행 처벌 강화에 대한 개정안도 가결됐다. 이 안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명백하게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이 가능(Nein heißt Nein, No means No)’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 전 독일 형법은 ‘가해자가 행사하는 폭행⋅협박에 맞서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했을 때’라는 조건에 따라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이 얼마나 심했는지 증명해야 했거나, 자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현했는지 증명해야 했다. 개정된 법안에서는 여성의 의지에 반해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모두 성폭력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형법 제 177조 개정안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177조 (성적 공격, 성적 강요, 강간 Sexueller Übergriff; sexuelle Nötigung; Vergewaltigung)
제1항 타인의 ʻ인식가능ʼ한 의사에 ʻ反하여ʼ 타인에게 자신 또는 제삼자의 성행위를 감수하도록 하거나 자신 또는 제삼자에게 성행위를 하도록 강요한 자는 6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제2항 타인에게 성행위를 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성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또는 제삼자에 대하여 혹은 제삼자의 성행위를 타인에게 수행 또는 감수하게 한 자가 이하의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항과 마찬가지로 벌한다.
 1호 행위자가 타인이 반대 의사를 형성하거나 표명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한 경우
 2호 행위자가 타인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상태에 기초하여 의사 형성 또는 표명이 현저히 한정되어 있는 상황을 이용한 경우 단, 행위자가 타인의 동의를 얻은 경우를 제외한다.
 3호 행위자가 기습적인 공격 순간을 이용한 경우
 4호 피해자의 저항 시 피해자에게 상당한 해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을 행위자가 이용한 경우
 5호 행위자가 상당한 해악을 동반한 협박으로 타인에게 성행위의 수행 또는 감수를 강요한 경우
제3항 미수는 벌한다
제4항 의사 형성 또는 의사표명 능력의 결여가 피해자의 질병 또는 장애로 인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자유형에 처한다.
제5항 이하의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자유형에 처한다.
 1호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폭행한 경우
 2호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험을 동반한 협박을 한 경우
 3호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행위자의 영향 아래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행위자가 이용한 경우
제6항 특히 그 죄가 중한 경우에는 2년 이상의 자유형에 처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하의 각호에 해당할 경우에 해당하면 특히 중한 경우로 본다.
 1호 행위자가 피해자와 성교하거나 또는 피해자로 하여금 상당히 수치스러운, 특히 신체 침입을 수반한 유사 성행위를 하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행위자에게 유사 성행위를 하게 한 경우(강간)
 2호 다수에 의해 공동으로 범해진 성행위의 경우

 

여성에 대한 구조적 억압은 독일 사회의 고질적 문제
독일 여성 7명 중 1명 성범죄 경험

2016년 7월 성희롱과 성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와 관련된 형법 개정이 연방 하원의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된 배경에는 그 해 첫날, 쾰른에서 일어났던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이 깊다.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 출신의 난민 남성들이 집단으로 여성들을 추행하고 강간한 사건 이후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독일이 난민을 받아들인 뒤부터 성범죄율이 늘어났다, 난민 남성들의 성폭행 위협으로부터 자국 여성을 보호하자’는 등의 극우주의자들의 메시지가 힘을 얻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부터다. 하지만 독일에서 여성에 대한 추행, 강간 등과 같은 성범죄는 2016년 이전에도 해마다 진행되는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쾰른의 카니발 등의 행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였다. 독일내 맑스주의, 여성주의 일부에서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억압이 독일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외국인 남성이 저지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인종차별적인 법이 아니라 피해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피해자 중심의 법 강화를 주장한다. 독일 대표 여성인권 단체 테레데스페메스(Terre des Femmes)에 의하면 실제로 독일 여성 7명 중 1명이 성범죄를 경험했다. 2015년 기준 약 10만 4천여명의 여성이 살인치명적 상해강간성추행위협 또는 스토킹의 피해를 입었다. 이중 351명의 여성이 고의로 또는 우발적으로 파트너에게 살해당했다. 

오랫동안 한 기관에 만연한 성범죄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구조, 이 문제들이 밝혀지고 관련자들이 처벌받는 과정에서 여성이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독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베를린 호헨쉔하우젠 기념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와 이를 묵인한 관리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는 노동 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성폭행 범죄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개정된 형법에 따라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안전하게 고발하고, 가해자가 엄격하게 처벌받을 때 호헨쉔하우젠의 용기 있는 여성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인터뷰한 피해자 여성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 중 여럿은 겁을 먹었습니다. 소장과 부소장을 두려워했고, 우리의 커리어에 영향을 받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우리는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고발 과정에서는 실명으로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 증언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희롱과 성폭행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고용주에게 적용되는 차별 금지법이 있습니다. 고용주는 직장 내 성차별적 행위에 대해 금지하거나 금지시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피해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뢰하는 친구와 동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권리를 꼭 요구해야 합니다.

 

*덧붙임: 성희롱의 종류 (연방 차별금지청 “Was_tun_bei_sexueller_belaestigung” 참고)
구두)
성적인 것을 암시하는 발언과 농담 / 옷, 외모, 사생활과 관련한 추근대는 말 또는 모욕적인 말 / 성적인 외설적인 말 / 성적인 내용이 담긴 질문 (사생활 또는 은밀한 영역에 관한 질문) / 친밀한 행위 또는 성적 행위 요청 (내 무릎에 앉아 등) / 성관계를 염두한 부적절한 데이트 초대
구두 외)
음흉하거나 위협적인 응시 또는 외설적인 시선 / 휘파람 / 성과 관련된 원치않는 이메일,  문자, 사진 또는 비디오 / 소셜미디어를 통한 부적절하고 음흉한 접근시도 / 음란물 게시 또는 송부 / 외설스러운 노출
신체 관련)
원치 않는 터치(가볍게 치기, 쓰다듬기, 꼬집기, 껴안기, 키스), 고의가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 반복되는 신체적 접근, 반복되는 신체접촉, 한팔 거리를 유지 않는 신체적 접근 / 육체적인 폭력, 강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성폭행

*참고:
-https://www.deutsche-handwerks-zeitung.de/sexuelle-belaestigung-wegsehen-verboten/150/3098/374974
-정지혜(2018)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No means No)처벌을 위한비교법적 검토와 제언-성범죄의 폭행⋅협박 요건 수정을 중심으로”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60호)
-Silke Stöckle, Marion Wegscheider(2016) “Was von der Silvesternacht blieb” (Marx21 01-2016)
-http://www.kwdi.re.kr/research/ftrandView.do?s=searchAll&w=%EB%8F%85%EC%9D%BC&p=3&idx=110682
-http://law.nanet.go.kr/lawservice/lawissue/lawissueView.do?searchCon=&searchKey=&searchAsc=&searchSubject=&searchSubject2=&searchFromDate=&searchToDate=&sort=&dir=&pageNum=1&pos=1&cn=KLAW2015000014
-https://frauenrechte.de/online/images/downloads/hgewalt/Sexuelle-Gewalt-in-Deutschland.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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