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토요일 베를리너 앙상블(Berliner Ensemble)에서 “우파 생각(Rechtes Denken)” 이란 주제로 좌-우 이데올로기, 우파들의 사회운동, 신우파들의 전략, 혐오 등을 주제로 종일 강연과 토론회, 공연 <어머니들과 아들들(Mütter&Söhne)>이 진행됐다. 지난 8월 말에는 브란덴부르크와 작센주 선거 직전 이 지역의 정치 지형, 특히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선전 배경과 이들의 선거전략 등을 분석하는 “선거 전(Vor der Wahl)” 좌담회가 있었다. 주로 연극을 올리는 극장 베를린 앙상블에서 이같은 정치, 사회 문제와 관련된 강연 행사를 여는 것은 베를리너 앙상블의 초기 설립 목적과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다.  

베를리너 앙상블은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극장 중 하나이다. 1949년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 그의 오랜 파트너이자 배우였던 헬레네 바이겔(Helene Weigel)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가진 연극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세웠다. 브레히트는 나치 시절 미국 망명(1933-1947년)에서 동베를린으로 돌아온 후 이곳에서 죽기 전(1956년)까지 “대중을 위한 정치적 연극”을 만들었다. 베를리너 앙상블은 몰리에르(Molière)의 <돈 주앙(Don Juan)>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브레히트의 유작 전문 공연을 통해 그의 유산과 정신을 유지해 왔다. 오늘날에는 정치적 입장을 다룬 현대 독일 연극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등과 같은 주요 외국 극작가들의 작품도 연출하고 있다. 

토요일 정오부터 시작해 4개의 강연과 1개의 워크숍, 마지막 공연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첫 번째 강연 주제는 “우파란 무엇인가? 좌파란 무엇인가? 정치적 카테고리로서의 정의(Was heisst Rechts? Was heisst Links? Ein Definitionsversuch Politischer Kategorien)”로 두 명의 강연자가 각각 우파와 좌파의 주요 개념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리아네 베드나르츠(Liane Bednarz)는 전통적으로 조국, 민족, 가족, 전통 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개념을 보수주의(Konservativismus)로, 1945년 이후 반다원주의(Antipluralismus), 반자유주의(An­ti­li­be­ra­lis­mus), 민족다원주의(Ethnopluralismus)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우파(Politische Rechte)로 구분했다. 또한 반다원주의는 물론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를 독재라고 여기며 반체제(anti-establishment)를 내세우는 방식을 우익포퓰리즘(Rechtspopulismus)이라 정의했다. ※독일의 현대 극우 이데올로기에 대한 글: https://wp.me/paoPTN-6c

img_5537-e1570475651919.jpg
사진1: “부자와 가난한 자가 저기 서로를 바라보고 섰다. 가난한 자가 창백한 꼴로 말했다. 내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부유하지 않았을 거요. -브레히트” 사회학자 질케 판 딕(Silke van Dyk)은 좌파 이념을 설명하면서 브레히트의 시를 인용했다. ©손어진

두 번째 강연은 “안전장치가 해지된 지난 10년(Entsicherte Jahrzehnte)” 주제로 사회학자 빌헬름 하이트메이어(Wilhelm Heitmeyer)가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이 우파 또는 네오나치, 페기다 등과 같은 반동적인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나, 우익포퓰리즘 세력이 사회 광범위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퍼트릴 수 있게 된 과정은 어떠했나, 사람들이 더는 기성 정당에 자신의 표를 주지 않고 극우 정당에 투표를 느끼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등을 분석했다. 지난 몇 년간 보수당(예를 들어 기민련 또는 기사련)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왜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지지하게 되었을까? 토론에 참여한 정치학자 파울라 딜(Paula Diehl)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us)를 유지·옹호하며 오직 독일 국민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독일을 위한 대안의 메시지와 현대 민주주의 정당 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권위주의(Autoritarismus), 민족주의(Nationalismus), 극단주의(Radikalismus) 형태를 띠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에 표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 강연은 “포퓰리즘과 불안-신우파들의 전략과 그에 반격 가능한 전략(Populismus&Irritation. Strategien der “neuen” Rechten und mögliche Gegenstrategien)”라는 제목으로 난민보호소나 이슬람 사원, 또는 난민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이슬람이나 난민들에 대해서 위협을 당한다고 느끼는가? 우파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계속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상대방을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와 삶의 방식을 침해하는 자들로 묘사하는가?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들과 디지털 매체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공공의 영역에서 우파들의 담론을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극우주의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합법적으로 항의와 시위를 조직할 수 있을까? 어떻게 실망한 사람들 또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간 사람들을 되돌이킬 수 있을까? 이때 극단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혐오(Hass)”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되었다. 안드레아 뢰프케(Andrea Röpke)는 극우 성차별주의 전문가로서 신우파 세력이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여성과 젠더의 테마를 어떻게 다루고 이용하고 있는지, 이들이 갖고 있는 올바른 여성상은 무엇인지, 또한 어떤 여성들이 극우파 움직임에 가담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뢰프케는 그동안 극우 집단에서 활동했다가 탈퇴한 여성들을 만나왔다. 그가 만난 여성 중에는 극우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거나, 극우 단체 활동을 하는 남편과 시부모의 영향으로 함께 활동을 하게된 여성도 있었다. 

img_5542.jpg
사진2: 뢰프케가 만난 한 여성은 “(극도로 전통을 중요시 하는 집안에서) 우리는 핸드폰(Handy)을 손전화(Handtelefon)라고 불렀다”고 고백했다. ©손어진

대표적인 극우 집단 “정체성 운동(Identitäre Bewegung)”의 경우 무슬림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바탕으로 이들로부터 독일과 특히 독일 여성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2016년 여름 함부르크에서 정체성 운동 소속 여성들이 이슬람 확산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2006년 독일 여성은 순결하고 단정한 가장 바람직한 여성이나, 2016년의 독일 여성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변질되고 망가진 여성으로, 2026년에는 이슬람의 확산으로 온몸을 니캅으로 가린 여성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있다. 

die-identitaere-bewegung.jpg
사진3: 2006년 전통을 지키는 바람직한 독일 여성, 2016년 자유롭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망가진 독일 여성, 2026년 이슬람의 확산으로 무슬림이 된 독일 여성. 이들에게는 이런 단순화된 여성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Identitäre Bewegung (페이스북)  

뢰프케의 강연에 이어진 토론에는 앞으로 11월까지 베를리너 앙상블에서 진행될 <어머니들과 아들들(Mütter&Söhne)> 작품의 감독 카렌 브리스(Karen Breece)가 자리했다. 또 극우 집단에서 활동하다 탈퇴한 두 명의 남성도 패널로 함께 했다. 자신을 펠렉스와 크리스토퍼라고 소개한 두 남성들은 자신들의 어릴 적 환경은 어땠는지, 어떻게 처음 극우 집단에 가입하게 되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떻게 그룹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등을 고백하듯 이야기했다. 

<어머니들과 아들들>은 그동안 감독인 브리스가 진행한 조사와 인터뷰,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토론을 바탕으로 개발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인터뷰는 기존 우파와 신 우파 그룹(네오나치 그룹)에서 활동한 사람들, 극우 폭력에 희생된 가족들, 탈퇴를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어머지와 아들들>은 왜 젊은이들이 극단적으로 되는지? 전 세계의 우파들과 새로운 우파들은 왜 소수자들과 이방인들에게 증오심과 폭력성을 갖게 되는가? 이들의 가족은 특별히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어머니는 특히 자녀의 극단적인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등의 질문들을 풀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어머니들과 아들들> 공연 안내
    -베를리너 앙상블 Bertolt-Brecht-Platz 1 10117 Berlin
    -공연 안내 홈페이지: https://www.berliner-ensemble.de/inszenierung/muetter-und-soehne
    -일시: 10월 7일/8일/9일/10일, 11월 8일/9일/10일(18시)/23일 저녁 8시
    -입장료: 22유로(학생: 9유로) 또는 29유로
광고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