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심란한 인종차별 뉴스로 고민에 빠져있을 때, 독일 친구들은 다른 핫 뉴스에 심란해하고 있었으니, 바로 지난 주에 있었던 튀링엔 주지사 선거 때문이다. 한 친구는 회사원, 또 한 친구는 박사과정생으로 바쁜 일상이었지만, 주말에 독일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하고 왔다고 했다. 그다지 뜨거운 편은 아닌 독일인들을 움직이게 만든 튀링엔 주지사 선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20.2.4. (화) : 폭풍전야
-튀링엔주는 라멜로우Ramelow(좌파당) 현 주 총리 하에 좌파당, 사민당(SPD), 녹색당(적+적+녹) 연정의 소수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었다.
– 현 독일 총리 메르켈의 집권 여당인 기민당(CDU)은 독일대안당(AfD)은 물론 좌파당과의 협력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중.
– 2월 5일 튀링엔주에서 주 총리 선거가 개최되지만, 라멜로우 현 총리는 좌파당+사민당+녹색당 의석만으로는 과반수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 😔
*여기서 잠깐! 독일의 주총리는 유권자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주 의회 의원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 기민당(CDU)과 자민당(FDP)은 라멜로우 후보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명하였으며, 독일대안당(AfD)은 Sundhausen 시장인 킨더파터 Kindervater(무소속)를 후보로 지명할 예정.
2020.2.5. (수) : 극우당의 지지를 받아 튀링엔 주 총리 당선
– 라멜로우 현 주총리의 당선이 예상되었으나, 주 의회 원내 의석수가 가장 적은 자민당의 켐머리히(Thomas Kemmerich)후보가 주총리직에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 😱
*결선 투표제: 선거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이 당선조건일 때,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시,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인데, 튀링엔 주에서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였다.
– 1차, 2차 선거에서 라멜로우 좌파당 후보 및 킨더파터 독일대안당(AfD) 후보가 모두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다수표에 의해 결정되는 3차 선거 돌입.
– 3차 선거에 자민당(FDP)이 후보를 냈고, 기민당(CDU)과 독일대안당(AfD)이 모두 자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짐.
*3차 선거 결과 켐머리히(자민당) 후보 45표, 라멜로(좌파당) 후보 44표, 킨더파터 (무소속이지만 AfD가 지명한 후보) 0표, 기권 1표(총 의석수: 90석)
*각계 각층의 반응
– 연방 기민당과 기사당은 재선을 촉구.
– 크람프-카렌바우어(Annegret Kramp-Karrenbauer) 기민당 대표 : “튀링엔주 기민당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었다.”고 지적.
– 죄더 (Markus Söder) 기사당 대표: “독일대안당의 표로 당선된 것이 민주적 합법성을 획득하였다고 믿으면 안된다. 재선이 최상이자 정직한 선택”
– 린트너(Christian Lindner) 자민당 대표: “기민당, 녹색당, 사민당이 캠머리히와의 협력을 거부하는 경우 재선을 지지한다.”
– 튀링엔주 기민당: “우리의 책임은 재선을 피하는 것에 있다.” 재선 거부 입장을 표명.
– 모링(Mike Mohring) 튀링엔주 기민당 대표: “독일대안당과 연정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켐머리히 주총리에게 협력하겠다.”
– 발터-보르얀스 (Norbert Walter-Borjans) 사민당 대표: “자민당이 권력을 잡기위해 극우주의자들과 결탁한 것은 최악의 스캔들이다.”
-클링바일(Lars Klingbeil) 사민당 사무총장: “이 사건은 독일 전후사의 흑역사(Tiefpunkt).” 라고 비판.
– 사민당 지도부: “이 사건에 대한 연방 기민당의 즉각적인 개입 및 해명을 촉구한다!” 😠
– 메르켈 총리: “독일대안당의 표로 켐머리히 후보가 주총리직에 선출된 것을 용서할 수 없다. 당선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 독일대안당의 지원으로 다수표가 확보된 것은, 본인은 물론 기민당의 기본확신에 어긋나는 것, 민주주의를 위해 부정적인 날이다.” 라고 비판
– 당선된 켐머리히도 재선을 거부하고 있음.

– 켐머리히 후보 주총리직에 선출된 직후, 튀링엔주 시민들 약 500명이 주의회 건물 앞에서 켐머리히에 대한 반대 시위를 개최, 독일 전역에서 수천명의 국민들도 반대시위.
2020.2.6(목) : 캠머리히 신임 튀링엔주 주총리, 취임 24시간 만에 사퇴 선언
– 캠머리히는 사퇴를 거부해오다가, 린트너 연방 자민당 대표와 면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가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독일대안당의 지지로 주총리직에 오른 오점을 제거할 것이라고 발표 😭
– 히르테(Christian Hirte) 경제차관이자 연방정부 신연방주 특임관(기민당)이 트위터를 통해 캠머리히 주총리 당선을 “중도 후보”라고 하면서 축하 🥵
– 사민당 및 야당은 기민당, 자민당, AfD를 통틀어 중도로 지칭하는 자가 연방정부를 대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 히르테 특임관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
2020 .2 .10 (월) : 유력 정치인들 튀링엔 선거 후폭풍으로 줄사퇴 중
–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 총리직 출마 포기 및 당대표직에서 사퇴 선언
: 튀링엔주 선거 관련 사전 예방 및 동 위기 발생 후에도 이를 진압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당 내외에서 거센 압박을 받았음.
– 켐머리히 당선을 축하했던, 히르테 경제차관 겸 연방정부 신연방주 특임관(기민당)은메르켈 총리의 요구로 특임관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

AfD의 지지를 받아 주 총리가 선출된 사태는 독일 국민들의 ‘역사인식’ 안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튀링엔 주는 1930년대에 최초로 나치당 출신의 지방정부 장관을 낸 주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다시는 안 돼!(Nie Wieder!)” 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한국의 촛불시위를 보면서 한국의 다이나믹을 칭찬하던 독일친구들도,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했다.
최근 황교안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그….무슨…사태” 라고 칭한 ‘사태’가 있었다. 또 우스갯소리로 올해 4.15 지방선거를 ‘한일전’이라고 표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독일 튀링엔 주 선거 사태를 바라보며, 한국의 맥락 안에서 어떠한 ‘역사인식’으로 선거에 임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