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코로나 19로 인한 원격진료 가속화

-독일 의료계에 불고 있는 디지털 스마트 헬스 케어 바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라 칭하며, 사회적 연대를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추경예산을 조성했으며, 이 중 35억 유로(한화 약 4조 7천억 원)를 의료산업 및 의료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2월 24일까지 독일은 코로나19 감염자가 16명에 불과했으나, 이탈리아 북부지방으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여, 2월 25일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확진자 수가 5월 9일 현재 17만 1천명, 사망자가 7,510명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의료 인프라 현황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독일은 현재 확진자수 증가 대비 병원의 중환자실, 산소호흡기 등은 아직 충분하지만 마스크, 보호복, 장갑 등 병원 의료진을 위한 보호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추경예산 중 35억 유로를 독일 병원과 연구소에 지원, 보호복, 마스크 및 관련 백신·치료제 연구개발 및 국민 정보제공을 위해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550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전염병 방지 예산’으로 책정해 필요 시 호흡기 등 의료장비 구입 및 의료인력 충당 등 코로나19 대처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하였다.

◆원격진료를 통해 코로나 가상병원 오픈한 NRW주

3월 30일, 독일 NRW주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한 가상병원이 문을 열었다. © Land NRW

이렇듯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보건·의료분야의 직접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독일 내 확진자가 가장 많은 NRW주에서는 3월 30일부터 원격진료(Telemedizin)가 가능한 가상병원(virtuelles Krankenhaus)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독일은 오랫동안 원격의료 금지 원칙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진료가 현실화 되는 이 상황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까지 독일 의약품법에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처방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2015년 E-Health법이 통과되면서, 의료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되었다.

2018년 이후에는 원격의료 금지를 전제로 했던 여러 법 규정을 정비하여 세계 최초로 건강 앱을 통한 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등 의료의 디지털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코로나 진료 어플리케이션 개발 가속화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최대의 종합병원 샤리테(Charite)에서는 코로나를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는 COVapp을 오픈하였다. 먼저, 증상에 관한 간단한 설문조사를 마친 후, 코로나 의심증상인지 아닌지를 판명해 준다. 코로나 의심증상이든 그렇지 않든 모든 응답을 마치고, 조사자가 원하면 원격진료를 예약할 수 있도록 바로 예약 페이지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직접 병원에 가지 않고도 화상통화를 통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원격진료 앱 KRY에서는 4월 20일부터 코로나 의심환자들이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다. © KRY

2020년 1월, 독일에서 출시된 원격진료 전문 어플리케이션 KRY도 4월 20일부터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무료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KRY는 원격진료 스타트업으로 2014년 스웨덴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유럽 전역에 원격 진료 앱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에서 직원 400명, 의사 700명이 일하고 있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150만 명의 환자가 KRY앱을 통해서 진료를 받았다.

독일 최대의 병원온라인 예약사이트 doctolib은 기존에 주를 이루던 전화예약을 온라인예약으로 유도하여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코로나 위기를 통해 doctolib에서는 화상을 통한 원격진료를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건강관리 앱 ADA홈페이지에서는 COVID-19 Screener라는 서비스를 통해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통해 코로나를 진단할 수 있으며 영어와 독일어로 이용가능하다. HIH(Health Innovation Hub)에서는 코로나봇(Der Corona-bot)이라는 이름의 챗봇을 통해 문자를 통한 코로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24시간 상담가능한 챗봇 – Corona Bot © ADA

또 온라인으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Selfapy 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스마트 헬스 케어 시장 성장 가속화 전망

독일은 8천3백만의 인구에, 40만 명의 의료전문인력, 300개의 보험회사와 2,000 여개의 종합병원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장이다. 독일 정부는 이와 같은 인프라에 걸맞게 보건·의료산업을 의미 있는 경제 영역이라 칭하여 ‘건강경제(Gesundheitswirtschaft)’ 개념을 일찍이 발전시켜왔다.

건강경제는 병원, 의료보험사, 의료기기, 약국, 건강보조식품 등 건강과 관련한 모든 산업을 통칭한다. 2019년 독일의 건강경제 영역의 부가가치는 전 경제영역의 12%(3,720억 유로)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시장의 16.6%(7천50백만 명)가 건강경제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총 수출액의 8.3% (1,312억 유로)가 건강경제 분야에 속한다. 시장분석 전문가들은 인구통계학적 추세와 의료기술의 발전,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역동성 등으로 인해 독일의 의료관련 산업이 연간 4~5%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2019년 5월, 독일 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가 발표한 설문조사(16세 이상 독일시민 1,005명 대상)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65%가 건강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건강정보를 알려주는 앱(25%)이며, 심박수나 혈압 등을 체크해 주는 트래킹 앱(24%)이 그 뒤를 이었다.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17%,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관련 조언을 해 주는 앱을 사용하는 경우는 15%였다.


독일 유력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피트니스 트레이닝 앱, 명상 및 요가 관련 앱의 매출이 734억 유로로 전년도 대비 두 배가되었으며, 2021 년까지 1,266억 유로로 증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서 원격의료를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한경Business>에도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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