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일의 대표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이 창간한 벤토(Bento)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슈피겔 스타트(Spiegel Start)

* 이 글은 2020년 하반기 총 5회에 걸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연구 지원 사업 프로젝트 중 마지막 다섯번째 강연 및 토론을 정리한 것으로, 소나기 랩의 정지은 씨가 발제하였습니다. 11월 20일 베를린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강연의 주제는 ‘독일의 대표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창간한 벤토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슈피겔 스타트’ 입니다.


독일의 대표 시사주간지 슈피겔
슈피겔은 독일을 대표하는 시사 주간지의 하나이다. 슈피겔 초판은 1947년 1월 4일 하노버에서 발행 되었으며, 현재 함부르크에 본사를, 독일 전역에 7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주간지 슈피겔은 2020년 3월 기준 누적 판매 부수가 654.484부에 달하며, 현재 466만 명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1994년에는 온라인 구독을 개시하였다.

독일 언론 역사에서 슈피겔은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계기는 1962년 10월 10일 자 슈피겔 41호에 실린 ‘제한된 방어 태세(Bedingt abwehrbereit)’라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팔렉스 62(Fallex 62)’ 라는 이름으로 그해 가을에 실시된 독일군과 나토의 대규모 합동 군사작전을 분석하여 독일 국방 전략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였고, 그 후폭풍으로 10월 말 함부르크와 본에 있는 슈피겔 편집실이 수색당했으며 발행인과 많은 편집자가 체포되어 103일간 구금되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의 개입으로 언론인들이 구속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론은 동요했고 시민들의 시위와 항의 성명 그리고 타 언론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언론 자유냐 국가 기밀 발설이냐로 장기간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슈피겔 사건(Spiegel Affäre)’은 연방 헌법 재판소가 사건을 기각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1966년 8월 5일 연방 헌법 재판소는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한 언론의 공적인 임무를 강조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지책을 촉구하였고, 이를 ‘슈피겔 판결(Spiegel-Urteil)’이라고 한다. 이 사건 이후로 독일 언론은 지배 권력을 감시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사진 1. 슈피겔 초판


저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슈피겔은 독일에서 신뢰할 만 한 매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슈피겔에서 밝힌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자의 48%는 50세 이상이며 40대 독자가 20%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독자의 68%가 중장년층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20대는 14%, 30대는 15%에 불과해 젊은 독자층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와 동시에 주간지 슈피겔의 유료 판매량 역시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이고 그나마 슈피겔 온라인으로 독자들이 유입되는 편이다. 실제로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 내 가장 많은 독자가 찾는 온라인 뉴스 매체이며, 새로운 독자층을 더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역시 주로 슈피겔 온라인이 주도하고 있다. 2015년 가을에 론칭한 벤토가 그 대표적인 시도 중 하나이다.

벤토의 탄생
2015년 10월 초에 론칭한 벤토는 20대 독자층이 타깃이었다. 슈피겔 온라인의 주요 독자가 30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벤토는 더 젊은 독자를 찾기 위한 분명한 시도였다. 벤토는 독립적인 뉴스 포털로 출발해 소셜미디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슈피겔을 읽지 않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최신 뉴스를 빠르고 짧게 설명하여 제공했지만, 그들의 기사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아니고 가볍다는 비판도 받았다. 학교와 직업, 여가,사랑, 퀴어 등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이슈로 다루며, 이전에 다른 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매체로서 슈피겔의 새로운 시도를 위한 실험실로 평가받았으나, 창간 5년 만인 2020년 경제적인 이유와 재정비를 위해 서비스를 중지했다. ZDF 의 heute plus 나 Bild 의 byou, Zeit Online 의 Ze.tt 등 독일의 굵직한 주요 언론사들은 대부분 벤토와 같은 형식의 젊은 독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포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성의 이유 등으로 모두 살아남지는 못했다.

사진 2. 벤토의 로고


그 후 새로운 출발, 슈피겔 스타트
2020년 9월 29일 슈피겔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슈피겔 스타트를 선보였다. 편집장 바바라 한스(Barbara Hans)는 30세 미만의 독자층이 여전히 슈피겔을 현재의 정치 및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에 신뢰할 만 한 매체라고 평가하며, 또한 자신들의 학업 및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언론 매체가 제공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발맞춰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젊은이들을 중요한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고 더 많은 유료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브랜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벤토에서 30대 미만의 독자층의 일반적인 학업 및 진로와 관련된 주제 외에도 그들의 삶과 감정의 영역에 대한 기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슈피겔 스타트는 이 연령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과의 인터뷰와 프로필을 제공하는 등, 주로 학업 및 진로와 관련된 주제에만 집중한다.

슈피겔 스타트의 팀 리더인 소피아 쉬어메어(Sophia Schirmer)는 “우리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함께 하고자 한다. 슈피겔은 직업 교육과 취업이라는이슈를 전달하려고 한다. 학업과 첫 직장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삶의 다양한 부분을 형성한다. 30대 미만의 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슈피겔은 향후에 이러한 이슈에 더 많은 지면을 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슈피겔 스타트의 고정 카테고리로는 직장 초년생들이 그들이 직장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보고하는 “내 직장에서의 첫 번째 일 년(Mein erstes Jahr im Job)”, 상사나 교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는 “그렇게 해도 되나요?(Dürfen die das)” 같은 커뮤니티 형식, 대학생 블로거인 팀 라이헬(Tim Reichel)이 대학 생활에 필요한 팁을 알려 주는 칼럼(“Bachelor of Smarts – die Uni-Kolumne”), 팟캐스트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Und was machst du so?)”, 뉴스레터 “스타트클라(Startklar)”,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석탄 없이 요리하기(Kochen ohne Kohle)”가 있다. 슈피겔 스타트는 온라인 플랫폼 뿐만 아니라 벤토 편집팀 시절부터 염두에 두고 발전 시켜 왔던 인쇄 형태의 증보판도 계획 중이다. 이것은 향후 분기마다 슈피겔에 포함되어 대학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사진 3. 슈피겔 스타트 홈페이지 캡쳐


벤토가 경영 악화의 이유로 문을 닫고 슈피겔 스타트를 론치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아직 사이트에서 많은 컨텐츠를 찾아 보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 되는 등 기존의 벤토와 다른 길을 가려는 실험을 여전히 시도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쟁 매체인 차이트의 캄푸스 서비스와 컨텐츠 카테고리가 매우 비슷하고, 다루는 주제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슈피겔은 4-50대 기성 세대에 이미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위한 서비스 시장에 경쟁사보다 다소 뒤늦게 진입하여 구독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서비스의 정체성, 마케팅 전략 또한 모색중인 단계인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후에도 거대 언론사가 기존에 가졌던 전통적인 포맷보다 훨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충성도 있는 독자층으로 만들 것인지,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언론사 이름의 공식 계정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유저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매체의 이름이 주는 권위와 거리를 두고 좀 더 친근하고 귀여운 레이블의 서브 플랫폼을 만들어 독자에게 어필하려는 언론사들의 노력은,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젊은층의 구독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로 인해 필수 불가결하게 되었다. 또한 뉴닉과 같은 젊고 새로운 세대의 뉴스 서비스들이 시장의 흐름을 바꿔 나가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슈피겔의 벤토 서비스가 타겟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며 내놓았던, ‘젊은 세대가 원하는 가벼운 스토리텔링 위주의 뉴스의 제공’ 은 다양해진 채널과 함께 좀 더 사소해지고 나와 가까워 보이며 어렵거나 무겁지 않은 내용과 전달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고, 이는 이미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거스르기 어려운 거대한 트렌드중 하나일 것이다.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정보가 사회적으로 힘있는 특정 계급과 성별의 소수자에 독점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며 정보의 형평성 또한 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동시에 정보의 정확성, 사실의 왜곡, 가짜 뉴스 등의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해진 채널을 거부감 없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유저가 있는 반면, 바쁜 일상의 와중에 넘쳐나는 정보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접하게 되는 새로운 뉴스의 홍수에 피로를 느끼는 사용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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