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독일 메세 산업… ‘하이브리드 박람회’로 돌파구

-올해 IFA도 관람객 제한하고 가상 전시관 병행…

-AR·VR 기술 보유한 스타트업 주목 받아

지난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한 방문객이 부스를 보고 있다. 올해 IFA는 코로나19 여파로 온·오프라인 병행 행사로 치러졌다./연합뉴스
지난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한 방문객이 부스를 보고 있다. 올해 IFA는 코로나19 여파로 온·오프라인 병행 행사로 치러졌다./연합뉴스


올 한 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했다. 모든 정책의 흐름은 경제 침체에 대비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제·산업 영역에서도 개별 기업이나 산업군별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시도들이 속속 눈에 띈다. 

특히 유명 국제 박람회를 활발히 개최해 왔던 메세(Messe)의 나라 독일에서는 박람회 유관 산업의 타격이 크다. 2020년 독일에서 예정됐던 308개의 박람회가 미뤄졌고 219개의 박람회가 취소됐다. 박람회 관련 업체만 5000여 개, 종사자는 15만 명, 연간 32억 유로(약 4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거대 산업이었기 때문에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박람회 관련 업계의 손실만 1600만 유로(약 21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에서도 독일 박람회업계는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하이브리드 박람회 형식을 선보였다. 

베를린 가전 박람회 IFA 2020의 시도  

세계 3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에 꼽히는 베를린 IFA는 2019년 전시 규모가 16만㎡, 방문객은 24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대부분의 박람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상황에서 IFA의 행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었다. 주최 측은 ‘IFA 2020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9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의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온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하루 최대 관람객 수를 1000명으로 제한했다. 프로그램 또한 기존의 방대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축소했고 통상적으로 메세 베를린의 26개 전시 홀을 모두 이용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3개 홀만 오픈해 오프라인 전시 규모를 최소화했다. 또한 오픈한 3개의 홀도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에 근거해 관람객당 1.5m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홀 면적의 절반만 전시에 활용했다. 기존의 IFA에서는 부스 면적에 제한이 없었지만 올해는 부스 면적을 최대 200㎡로 제한한 것도 다른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체는 부스를 평균 20~30㎡로 작게 설치, 최소의 인원으로 부스를 운영했다. 

온라인에서는 ‘IFA 익스텐디드 스페이스(Xtended Space)’라는 이름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가상 전시관을 오픈했다. 이를 통해 출시 제품과 브랜드 쇼 케이스뿐만 아니라 콘퍼런스도 웹을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기존 박람회의 최대 역할 중 하나였던 네트워킹과 매치 메이킹을 위해 ‘버추얼 마켓 플레이스(Virtual Market Place)’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참가 기업과 제품 목록을 제공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방식의 박람회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통상 19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던 것이 IFA 2020에는 150여 개 업체만 참가했고 방문자는 6100여 명 수준에 그쳤다. 그 대신 온라인 가상 전시에 참여한 기관은 1400여 개에 이르렀다.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눈에 띄는 혁신 제품이 많지 않아 전체적인 흥행은 저조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뉴노멀 시대에 부합하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를 최초로 실행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점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메세 뮌헨 측은 앞으로의 박람회를 하이브리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첫 타자로 유럽 최대의 부동산·투자 박람회인 엑스포 리얼(Expo Real)이 10월 14~15일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박람회 하루 전인 10월 13일부터 디지털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고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매치 메이킹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세계 최대의 건축 재료 박람회인 BAU도 2021년 1월 13~15일부터 하이브리드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연기와 취소 사이를 저울질하던 박람회 측도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을 공표하고 온라인 행사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10월 28~29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스마트 시티, 전자 정부 관련 박람회인 스마트 컨트리 컨벤션은 하이브리드로 진행하되 오프라인에서의 VIP 미팅 행사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즉,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오히려 밀도 있는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피력하는 것이다. 대형 박람회의 겉핥기식 네트워킹에 피로도가 높았던 층에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365일 온라인 박람회를 준비하는 업체들  

IFA 2020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삼성전자가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박람회 직전인 9월 1~2일 박람회가 아닌 독자적인 온라인 행사를 하고 신제품 공개와 하반기 전략 가전 제품 등을 소개하는 언팩 행사 등을 별도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형 박람회의 참가에 중요한 의미를 뒀던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존 박람회 기간에 맞춰 신제품을 발표하던 기업들이 이제 각 사의 일정에 따라 신제품을 발표하는 추세로 옮겨 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말 오펠은 통상적으로 하던 신차의 오프라인 공개 행사 대신 새로운 MOKKA 모델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박람회에서 벌어지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오프라인에서 박람회 기간에만 진행됐던 행사들이 1년 내내 웨비나(웹+세미나)와 온라인 미팅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과 병행해 박람회를 진행했을 때 가장 큰 관건은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첨단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베를린의 스타트업(Xibit)은 전시회(Exhibit)와 박람회에 특화된 혼합현실(MR)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MR은 VR과 AR의 장점만을 가져오면서도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즉, AR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유저와 상호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물 인식과 공간 인식의 측면에서 기술에 차이가 있다. Xibit은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MR을 통해 물건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준다. 


Xibit은 2019년 뷰티플 소프트웨어 어워드(Beautiful Software Awards)를 수상했고 2020년에는 럭셔리 이노베이션 어워드(Luxury Innovation Award)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아 포브스에도 소개됐다. 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펑크(Business Punk)가 꼽은 톱100 창업가(Founder), 독일 VR·AR협회에서 발간한 2020년 2분기 ‘VR·AR 마켓 리포트-독일’ 리스트에 올랐다.

오프라인 관람객을 모니터링해 참여자 간 최대한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베를린의 스타트업 노타(Nota) AI도 주목할 만하다.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구현하기 위한 ‘딥러닝 압축 기술’을 보유한 노타 AI는 현재 CCTV 모니터링이나 제품의 불량 검출, 매장 내 재고 파악, 얼굴 인식 기반 출입 제어 AI 등에 쓰이고 있다. IFA 2020에서는 일반 관람객의 참가를 최소화하고 관람객 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 홀의 입구에서 입장객 수를 카운트하면서 최대 입장 인원을 750명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있었다. 

이는 간단한 센서 기술과 수동 카운트 방식이 결합된 기초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AI 기술을 이용한 관람객 모니터링과 출입 제어 기술 등의 적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타 AI의 딥러닝 압축 기술은 박람회뿐만 아니라 개별 업체들의 다양한 행사에 온 디바이스 AI를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베를린의 노타 AI는 한국의 (주)노타의 자회사이고 네이버 액셀러레이터의 첫 투자팀으로 선정되고 삼성과 LG의 동시 투자를 끌어 낸 특별한 이력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가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위기 속의 독일 박람회는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까. 전통적 대규모 글로벌 박람회가 하이브리드 박람회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통해 미래에 관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에도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