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일의 독립 출판사 및 서점 현황

지난 토요일 (2020년 8월 29일), 베를린 중심의 한 사무실에서 독일 출판문화산업 연구회의 두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 모임의 주제는 독일의 독립 출판사 및 서점 현황이었고 소나기 랩의 손어진 씨가 발제하였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소나기 멤버들 외에도 다수의 분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먼저 발제문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다음 토론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지난 첫 번째 모임에서도 배웠듯이 한국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줄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관찰되는데 독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매년 확연히 줄고 있습니다. 독일 국민 약 8천3만 명 중 3천만 명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책을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본다는 국민의 수와 비교했을 때 (4천만 명) 비교적 높은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독일의 출판시장 현황은 어떨까요? 독일에는 총 3,000여 개의 출판사가 있고, 2만 5천 명이 이곳에 종사합니다. (연 매출 51억 4천 유로) 또 전체 출판사의 약 7%가 대형 출판사인데 이 출판사들이 전체 매출의 9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소형 출판사의 개수가 많고 그들의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연간 총 출판량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중소형 출판사의 입지는 시장에서 더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93%의 소규모 혹은 독립 출판사는 매년 10권 이하의 책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비영리 연합 및 지원단체가 잘 제정된 편인데 독립출판업계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닙니다. 여러 개의 독립 출판사 연합 및 지원 단체는 (독일 연방정부의 지원도 포함) 국내외 다양한 문화 및 언론 기관과 협업하여 독립 출판사의 출판과 문학의 다양성을 지원합니다. (예: Kurt Wolff Stiftung, Hotlist e.V.) 이런 단체들에서는 매년 인기 있는 독립 출판 도서를 선정하여 5천 유로의 상금을 수여, 혹은 유망한 독립 출판사를 선정하여 2만에서 6만 유로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수여 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독일 독립 서점의 현황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독일에는 총 6,000여 곳의 서점이 존재하고 약 2만 7,500명이 이곳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중 10개의 큰 서점들이 분점을 운영하며 전체 매출의 1/3을 차지합니다. (총 연간 매출 43억) 다시 말해 독일 서점 총 6,000여 곳 중 대형서점과 그 분점, 또 슈퍼와 쇼핑몰과 같은 상점에 간이 배치된 도서 판매 공간을 제외하면 약 3,500개의 서점이 소규모 혹은 독립 서점입니다. 독일에서 독립 서점을 지원하는 정책이 몇 가지 있는데 독일 문화를 유지하는 독립 서점과 지역 서점이 시장경쟁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에서는 매년 독립 서점 100여 곳을 선정하여 약 100만 유로를 지원합니다. 비슷한 목표로 도서정가제와 같은 규정도 있는데 동일한 서적은 모든 서점에서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법입니다.하지만 대형 서점이 온라인 판매에서 배송비 지원과 같은 방식으로 차액을 남겨 소규모 혹은 독립 서점이 경쟁에서 불리한 건 여전합니다.

독립 출판사들과 비슷하게 독립 서점들도 단체를 만들거나 행사를 진행하여 그들의 입지를 단단히 하는데, 독립 서점들은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유동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uy Local과 같은 연합 단체는 같은 지역의 중소 서점들의 재고관리, 마케팅,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판매를 협력합니다. 또 2014년부터 시작된 독립 서점 주간(Woche unabhängiger Buchhandlungen)은 독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각 지역에서 서점들의 홍보 및 행사 등을 진행합니다. 이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도는 독일을 넘어서 글로벌 네트워킹으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Indiebookday와 같은 모임은 소셜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세계 여러 나라의 독립 출판사들의 출판물을 홍보 및 판매합니다.

다음으로 베를린에 있는 주요 독립 서점 및 출판사를 알아보았습니다. Buchbox는 오래된 공장용지 등과 같은 폐쇄된 공간을 책을 읽고 사는 공간으로 재발견한 베를린의 독립 서점입니다. 이곳은 또한 일회용품 사용 금지 혹은 플라스틱 포장 제거 등을 통해 친환경을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좌파 이념을 지향하는 독립 서점 Schwarze Risse는 저자와의 만남 혹은 다양한 정치사회 관련 토론회도 개최하고, 예술 전문 서적 뿐 아니라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 및 인쇄물 등도 판매하는 Do you read me?와 Motto Berlin 도 있습니다. 독립 출판사로는 페미니스트 전문 Orlanda Verlag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예시들이 보여주듯이 어떻게 독립 서점과 출판사들이 그들만의 가치와 상품을 내세워 독특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셀프 출판 시장의 동향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매년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셀프 출판과 전자책 출판이 종종 같은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셀프 출판이란 개인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이용해 교정, 표지 디자인 등을 직접 하고 공식적인 ISBN을 받은 책만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셀프 출판은 전자책으로도 출판되기도 하지만 프린트되기도 합니다. 특히 셀프 출판물은 위에서 제시된 독일의 연간 출판물 통계에 합산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셀프 출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늠할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를 통해 금일 발제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종이책 발행은 줄어들고 있고, 개인당 독서량도 줄고 있지만, 셀프 출판은 늘어나고 있다.”

검은색: 전통 출판사, 녹색: 셀프 출판사, 2020년과 2021년은 예상 매출
출저: tredition (https://tredition.de/self-publishing/)

갈수록 책을 덜 읽는데 셀프 출판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출판이 개인의 기념품과 같이 변하는 시장 동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은 개인 출판물은 늘어나지만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 보다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 즉 나르시시즘의 시대인 건지, 책을 읽기보다는 책을 소장하는 굿즈(goods)로서의 의미가 더 커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또 셀프 출판물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셀프 출판물을 매니지먼트하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녹유 매거진 (유럽 녹색당 모임에서 발간하는 매거진)은 한국의 몇몇 독립 서점과 직접 연락을 취해 돈을 받고 판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발제자, 토론자, 참여자들은 열띤 토론을 계속했습니다. 먼저 올해 코로나 19로 인한 출판계의 영향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앞으로 시장의 동향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올해 코로나의 영향으로 독일에서 가장 큰 책 박람회인 라이프치히 북페어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가 취소 혹은 축소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박람회 개최와 참여와 관련해 연방정부는 어떤 금전적 보조를 하지 않지만, 올해에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참여하기로 했던 관련 업체들에 정부가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출판업계가 큰 피해를 보는 것을 막아보려는 것입니다. 

또한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가 한국에서는 얼마큼 지켜지고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경우 도서정가제가 있음에도 인터넷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많이 저렴하고 대형 서점은 유통구조의 이점에서 확실히 중소 서점보다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활발해지는데 온라인 독립 서점의 현황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습니다. 

독일은 독립 서점과 독립 출판사 단체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단체들은 독일 전역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판매 네트워크인 동시에 지역 사회와도 연결이 되어 다양한 행사를 주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매년 도서인들이 사랑하는 책을 선정해서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전시하는 것과 말입니다. 혹은 작가가 지역사회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행사 등등 다양한 기획을 진행합니다. 독일은 매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어떤 상점들이 부스를 받는지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고려가 반영됩니다. 베를린의 샬로텐부르크 지역의 경우 샬로텐부르크에서 출간한 책들을 파는 부스를 따로 만드는 등 지역 출판사 협회의 활동이 지역 행사와 연관된 사례가 많습니다. 그만큼 작은 출판사와 서점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개개의 독립 서점과 출판사들이 모여서 다양한 행사 등 색다른 상생의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한 독립 서점 혹은 출판사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해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협동조합처럼 운영되는 베를린의 어떤 서점의 경우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이지만 그 동네에서 입지가 단단해 다른 대형 서점에 가면 금방 살 수 있는 책을 꼭 동네 서점에 가서 주문해서 사는 주민 고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 소규모 문화행사를 주최하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 하나의 문화의 장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디지털화의 진행과 함께 동네 작은 서점의 입지가 점점 약해지는 것은 여전합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더 힘들어졌으리라 예상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없어지는 서점과 출판사들의 미래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난관을 해쳐 나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것도 의미있다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어떤 책방은 단골손님에게 일년 동안 책을 살 금액을 미리 결제 부탁해 코로나로 인한 악재에도 문을 닫지 않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독립 출판사들과 서점들이 코로나를 견디고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조사해볼만 합니다.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2020년은 미래를 더욱 더 예측할 수 없이 만들고 있으며 대형 서점과 출판사 보다는 소규모 독립 서점과 출판사에 더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 독일과 한국을 넘어서 국제적으로 작가들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출판하고 독자층을 확보할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오늘 토론을 마치고 다음번에는 오디오북 블링키스트에 관한 세번째 모임이 있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