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일의 대표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이 창간한 벤토(Bento)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슈피겔 스타트(Spiegel Start)

* 이 글은 2020년 하반기 총 5회에 걸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연구 지원 사업 프로젝트 중 마지막 다섯번째 강연 및 토론을 정리한 것으로, 소나기 랩의 정지은 씨가 발제하였습니다. 11월 20일 베를린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강연의 주제는 ‘독일의 대표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창간한 벤토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슈피겔 스타트’ 입니다.


독일의 대표 시사주간지 슈피겔
슈피겔은 독일을 대표하는 시사 주간지의 하나이다. 슈피겔 초판은 1947년 1월 4일 하노버에서 발행 되었으며, 현재 함부르크에 본사를, 독일 전역에 7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주간지 슈피겔은 2020년 3월 기준 누적 판매 부수가 654.484부에 달하며, 현재 466만 명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1994년에는 온라인 구독을 개시하였다.

독일 언론 역사에서 슈피겔은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계기는 1962년 10월 10일 자 슈피겔 41호에 실린 ‘제한된 방어 태세(Bedingt abwehrbereit)’라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팔렉스 62(Fallex 62)’ 라는 이름으로 그해 가을에 실시된 독일군과 나토의 대규모 합동 군사작전을 분석하여 독일 국방 전략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였고, 그 후폭풍으로 10월 말 함부르크와 본에 있는 슈피겔 편집실이 수색당했으며 발행인과 많은 편집자가 체포되어 103일간 구금되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의 개입으로 언론인들이 구속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론은 동요했고 시민들의 시위와 항의 성명 그리고 타 언론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언론 자유냐 국가 기밀 발설이냐로 장기간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슈피겔 사건(Spiegel Affäre)’은 연방 헌법 재판소가 사건을 기각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1966년 8월 5일 연방 헌법 재판소는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한 언론의 공적인 임무를 강조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지책을 촉구하였고, 이를 ‘슈피겔 판결(Spiegel-Urteil)’이라고 한다. 이 사건 이후로 독일 언론은 지배 권력을 감시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사진 1. 슈피겔 초판


저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슈피겔은 독일에서 신뢰할 만 한 매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슈피겔에서 밝힌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자의 48%는 50세 이상이며 40대 독자가 20%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독자의 68%가 중장년층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20대는 14%, 30대는 15%에 불과해 젊은 독자층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와 동시에 주간지 슈피겔의 유료 판매량 역시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이고 그나마 슈피겔 온라인으로 독자들이 유입되는 편이다. 실제로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 내 가장 많은 독자가 찾는 온라인 뉴스 매체이며, 새로운 독자층을 더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역시 주로 슈피겔 온라인이 주도하고 있다. 2015년 가을에 론칭한 벤토가 그 대표적인 시도 중 하나이다.

벤토의 탄생
2015년 10월 초에 론칭한 벤토는 20대 독자층이 타깃이었다. 슈피겔 온라인의 주요 독자가 30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벤토는 더 젊은 독자를 찾기 위한 분명한 시도였다. 벤토는 독립적인 뉴스 포털로 출발해 소셜미디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슈피겔을 읽지 않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최신 뉴스를 빠르고 짧게 설명하여 제공했지만, 그들의 기사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아니고 가볍다는 비판도 받았다. 학교와 직업, 여가,사랑, 퀴어 등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이슈로 다루며, 이전에 다른 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매체로서 슈피겔의 새로운 시도를 위한 실험실로 평가받았으나, 창간 5년 만인 2020년 경제적인 이유와 재정비를 위해 서비스를 중지했다. ZDF 의 heute plus 나 Bild 의 byou, Zeit Online 의 Ze.tt 등 독일의 굵직한 주요 언론사들은 대부분 벤토와 같은 형식의 젊은 독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포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성의 이유 등으로 모두 살아남지는 못했다.

사진 2. 벤토의 로고


그 후 새로운 출발, 슈피겔 스타트
2020년 9월 29일 슈피겔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슈피겔 스타트를 선보였다. 편집장 바바라 한스(Barbara Hans)는 30세 미만의 독자층이 여전히 슈피겔을 현재의 정치 및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에 신뢰할 만 한 매체라고 평가하며, 또한 자신들의 학업 및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언론 매체가 제공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발맞춰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젊은이들을 중요한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고 더 많은 유료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브랜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벤토에서 30대 미만의 독자층의 일반적인 학업 및 진로와 관련된 주제 외에도 그들의 삶과 감정의 영역에 대한 기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슈피겔 스타트는 이 연령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과의 인터뷰와 프로필을 제공하는 등, 주로 학업 및 진로와 관련된 주제에만 집중한다.

슈피겔 스타트의 팀 리더인 소피아 쉬어메어(Sophia Schirmer)는 “우리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함께 하고자 한다. 슈피겔은 직업 교육과 취업이라는이슈를 전달하려고 한다. 학업과 첫 직장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삶의 다양한 부분을 형성한다. 30대 미만의 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슈피겔은 향후에 이러한 이슈에 더 많은 지면을 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슈피겔 스타트의 고정 카테고리로는 직장 초년생들이 그들이 직장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보고하는 “내 직장에서의 첫 번째 일 년(Mein erstes Jahr im Job)”, 상사나 교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는 “그렇게 해도 되나요?(Dürfen die das)” 같은 커뮤니티 형식, 대학생 블로거인 팀 라이헬(Tim Reichel)이 대학 생활에 필요한 팁을 알려 주는 칼럼(“Bachelor of Smarts – die Uni-Kolumne”), 팟캐스트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Und was machst du so?)”, 뉴스레터 “스타트클라(Startklar)”,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석탄 없이 요리하기(Kochen ohne Kohle)”가 있다. 슈피겔 스타트는 온라인 플랫폼 뿐만 아니라 벤토 편집팀 시절부터 염두에 두고 발전 시켜 왔던 인쇄 형태의 증보판도 계획 중이다. 이것은 향후 분기마다 슈피겔에 포함되어 대학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사진 3. 슈피겔 스타트 홈페이지 캡쳐


벤토가 경영 악화의 이유로 문을 닫고 슈피겔 스타트를 론치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아직 사이트에서 많은 컨텐츠를 찾아 보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 되는 등 기존의 벤토와 다른 길을 가려는 실험을 여전히 시도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쟁 매체인 차이트의 캄푸스 서비스와 컨텐츠 카테고리가 매우 비슷하고, 다루는 주제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슈피겔은 4-50대 기성 세대에 이미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위한 서비스 시장에 경쟁사보다 다소 뒤늦게 진입하여 구독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서비스의 정체성, 마케팅 전략 또한 모색중인 단계인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후에도 거대 언론사가 기존에 가졌던 전통적인 포맷보다 훨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충성도 있는 독자층으로 만들 것인지,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언론사 이름의 공식 계정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유저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매체의 이름이 주는 권위와 거리를 두고 좀 더 친근하고 귀여운 레이블의 서브 플랫폼을 만들어 독자에게 어필하려는 언론사들의 노력은,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젊은층의 구독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로 인해 필수 불가결하게 되었다. 또한 뉴닉과 같은 젊고 새로운 세대의 뉴스 서비스들이 시장의 흐름을 바꿔 나가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슈피겔의 벤토 서비스가 타겟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며 내놓았던, ‘젊은 세대가 원하는 가벼운 스토리텔링 위주의 뉴스의 제공’ 은 다양해진 채널과 함께 좀 더 사소해지고 나와 가까워 보이며 어렵거나 무겁지 않은 내용과 전달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고, 이는 이미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거스르기 어려운 거대한 트렌드중 하나일 것이다.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정보가 사회적으로 힘있는 특정 계급과 성별의 소수자에 독점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며 정보의 형평성 또한 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동시에 정보의 정확성, 사실의 왜곡, 가짜 뉴스 등의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해진 채널을 거부감 없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유저가 있는 반면, 바쁜 일상의 와중에 넘쳐나는 정보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접하게 되는 새로운 뉴스의 홍수에 피로를 느끼는 사용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에서 어학교재까지_이지 절먼(Easy German)

*본 글은 2020년 10월 23일 베를린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은서 님의 “유튜브는 책이 될 수 있을까? Easy German의 가능성-유튜브 어학 컨텐츠에서 발견한 하이브리드적 상상력” 발표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이 발표는 “미래를 준비하는 독일 출판계의 뉴미디어 시장 분석”이라는 주제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연구 지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재까지 총 4번의 강연 및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지 절먼은 2015년 폴란드 이민자 출신의 야누쉬(Janusz)라는 남성이 ‘거리에서 배우는 독일어(Learning German from the Streets)’라는 모토로 처음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다. 전 세계 독일어 학습자에게 살아있는 독일어 학습 자료를 위해 베를린과 독일 전역 여러 거리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한 영상과 스크립트(독일어와 영어)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이지 절먼은 82만 5천 명 구독자, 누적 조회수 71,305,597회, 최고 인기 영향 조회수 124만회를 기록하는 인기 채널이 되었다. 재생 목록을 통해 학습자의 언어 수준에 따라 A1부터 C2까지 영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주요 문법 영상을 이용할 수 있다.  

설립자인 야누쉬는 이지 절먼을 필두로 이지 잉글리쉬, 이지 코리안을 비롯한 31개 언어 영상 채널을 보유한 네트워크인 이지 랭귀지(Easy Languages, 구독자 97만 3천 명)를 구축하였으며, 언어 학습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교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지 랭귀지의 총구독자는 약 200만 명이고, 누적 조회수는 1억 8천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지 절먼 팀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생산되는 콘텐츠들은 굉장히 ‘정치적’으로 느껴진다. 그동안 업로드된 영상들은 독일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 경제, 역사, 사회, 문화 여러 분야 주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음과 같은 영상 주제들을 한번 보라. 

“How Germans define the word ‘Ausländer’(독일인들은 ‘외국인’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Discrimination in Germany(독일의 인종차별)” “What Germans say about Donald Trump(독일인들이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  “What Germans from different regions think about each other(독일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Integration in Germany(독일에서의 통합)” “What do Germans think about the European Union?(독일인들은 유럽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How to know a word’s gender(‘젠더’와 관련된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Are you proud to be German?(당신은 독일인인 것이 자랑스럽나?)” 

굉장히 정치적이고 역사적이고 철학적이다. 물론 “독일에서 해서는 절대 안 되는 행동은?”과 같은 문화적인 요소나, “독일어 가정법 사용“과 같은 학습적인 요소를 포함한 콘텐츠도 많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된 인터뷰는 많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현재 이지 절먼은 유튜브 영상 콘텐츠에서 팟캐스트로 확장되었고, 어학 애플리케이션과도 협업하고 있다. 매번 만들어지는 스크립트들은 영상, 오디오, 전자책, 종이책 등 각 매체의 특성에 따라 다른 형식과 내용에 맞게 유연하게 가공이 가능하다. 특히 독일어 학습자를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유료) 스크립트는 기존의 어학서들보다 훨씬 살아 있는 어학 교재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지 절먼은 유튜브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패트리온(Patreon)’이라 부르는 구독자들의 후원금에 의해서 운영되는 독특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패트리온은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직접 수익 구조를 만들어 주기 위해 2013년 미국에서 처음 생겼다. 그림, 영상, 소설,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는 패트리온에게 정기적 혹은 일시적 후원을 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지절먼은 현재 약 3,500 명의 패트리온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1달러에서 10달러까지 매주 후원금을 내고 있다. 현재 이 후원금으로 4명의 정직원 월급을 해결하고 있으며, 정직원 외 4명의 파트타임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광고 수입 등으로 이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후원 금액에 따라 패트리온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차별을 두고 있다. 

  • 1달러:  일요일 에피소드의 스크립트와 단어 목록, 씨드랭*앱 시범 이용권 제공 
    *대화형 비디오 플래시 카드를 통해 독일어를 가르치는 언어 학습 앱으로 2017년부터 이지 절먼과 협력하고 있다. 앱을 통해 5,000개의 단어 암기를 암기하고, 독일어 성(여성/남성/중성) 훈련시키며, 독일어 문법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 2달러: 1달러 서비스+팟캐스트에 사용된 언어의 단어장, 인터렉티브 스크립트 제공, 일반 시청자들보다 더 빨리 유튜브 영상 이용 제공
  • 3달러: 2달러 서비스+자막 없이 영상을 시청하여 청취 향상 기회
  • 5달러: 3달러 서비스+영상 제작 에피소드 영상 별로 제공
  • 10달러: 5달러 서비스+슬랙 그룹에 초대되어 이지 절먼 멤버들과 실시간 채팅 기회 제공

이 같은 패트리온 운영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소비자’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멤버, 후원자’로 설정해 이지 절먼 커뮤니티 및 멤버십을 구축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커뮤니티 안에서 멤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컨텐츠 생산에 반영하기도 한다.  

2019년 10월 시작한 팟캐스트는 매주 2~3회씩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누는 이야기가 업로드되고 있다. 팟캐스트가 재생되면서 자동으로 단어장(Vocabulary Helper)가 켜지고, 어려운 독일어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팟캐스트의 단어장 기능은 팟캐스트를 청취하는 청취자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이상 이지 절먼의 사례를 통해 소나기랩에서는 이지 절먼이 뉴미디어로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꼽아 보았다. △유튜브(영상)-팟캐스트(오디오)-스크립트, 단어장, 어학교재(종이책) 로의 다양한 넘나듦 △패트리온을 통한 수익 확보와 차별적 서비스 △멤버십 및 커뮤니티 구축과 활발한 소통, 상호작용 

끝으로 소나기랩에서 현재 하고 있는 글 위주의 컨텐츠 생산을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콘텐츠 제작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글이 아닌 영상이 갖는 힘은 현재 폭발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산업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려고 할 때, 여전히 제품 홈페이지, 구글이나 블로그 후기와 평점, 주변 사람들의 추천 등을 참고하지만, 이제는 트위터나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은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텔레비전 광고를 만드는 것보다 유명한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 홍보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파급력 있고 효과적인 시대가 되었다. 

좋은 컨텐츠, 이것을 적절하게 배달하는 미디어,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운영 및 조직, 수익 구조가 필수적이다. 한국과 독일 양쪽에 각각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리서치 네트워크 소나기랩에는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운영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관심 주제들을 어떻게 계속 컨텐츠화 시키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https://www.easygerman.org/
https://www.youtube.com/c/EasyGerman/featured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독일 메세 산업… ‘하이브리드 박람회’로 돌파구

-올해 IFA도 관람객 제한하고 가상 전시관 병행…

-AR·VR 기술 보유한 스타트업 주목 받아

지난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한 방문객이 부스를 보고 있다. 올해 IFA는 코로나19 여파로 온·오프라인 병행 행사로 치러졌다./연합뉴스
지난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한 방문객이 부스를 보고 있다. 올해 IFA는 코로나19 여파로 온·오프라인 병행 행사로 치러졌다./연합뉴스


올 한 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했다. 모든 정책의 흐름은 경제 침체에 대비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제·산업 영역에서도 개별 기업이나 산업군별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시도들이 속속 눈에 띈다. 

특히 유명 국제 박람회를 활발히 개최해 왔던 메세(Messe)의 나라 독일에서는 박람회 유관 산업의 타격이 크다. 2020년 독일에서 예정됐던 308개의 박람회가 미뤄졌고 219개의 박람회가 취소됐다. 박람회 관련 업체만 5000여 개, 종사자는 15만 명, 연간 32억 유로(약 4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거대 산업이었기 때문에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박람회 관련 업계의 손실만 1600만 유로(약 21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에서도 독일 박람회업계는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하이브리드 박람회 형식을 선보였다. 

베를린 가전 박람회 IFA 2020의 시도  

세계 3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에 꼽히는 베를린 IFA는 2019년 전시 규모가 16만㎡, 방문객은 24만5000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대부분의 박람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상황에서 IFA의 행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었다. 주최 측은 ‘IFA 2020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9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의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온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하루 최대 관람객 수를 1000명으로 제한했다. 프로그램 또한 기존의 방대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축소했고 통상적으로 메세 베를린의 26개 전시 홀을 모두 이용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3개 홀만 오픈해 오프라인 전시 규모를 최소화했다. 또한 오픈한 3개의 홀도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에 근거해 관람객당 1.5m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홀 면적의 절반만 전시에 활용했다. 기존의 IFA에서는 부스 면적에 제한이 없었지만 올해는 부스 면적을 최대 200㎡로 제한한 것도 다른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체는 부스를 평균 20~30㎡로 작게 설치, 최소의 인원으로 부스를 운영했다. 

온라인에서는 ‘IFA 익스텐디드 스페이스(Xtended Space)’라는 이름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가상 전시관을 오픈했다. 이를 통해 출시 제품과 브랜드 쇼 케이스뿐만 아니라 콘퍼런스도 웹을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기존 박람회의 최대 역할 중 하나였던 네트워킹과 매치 메이킹을 위해 ‘버추얼 마켓 플레이스(Virtual Market Place)’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참가 기업과 제품 목록을 제공했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방식의 박람회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통상 19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던 것이 IFA 2020에는 150여 개 업체만 참가했고 방문자는 6100여 명 수준에 그쳤다. 그 대신 온라인 가상 전시에 참여한 기관은 1400여 개에 이르렀다.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눈에 띄는 혁신 제품이 많지 않아 전체적인 흥행은 저조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뉴노멀 시대에 부합하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를 최초로 실행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점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메세 뮌헨 측은 앞으로의 박람회를 하이브리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첫 타자로 유럽 최대의 부동산·투자 박람회인 엑스포 리얼(Expo Real)이 10월 14~15일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박람회 하루 전인 10월 13일부터 디지털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고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매치 메이킹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세계 최대의 건축 재료 박람회인 BAU도 2021년 1월 13~15일부터 하이브리드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연기와 취소 사이를 저울질하던 박람회 측도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을 공표하고 온라인 행사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10월 28~29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스마트 시티, 전자 정부 관련 박람회인 스마트 컨트리 컨벤션은 하이브리드로 진행하되 오프라인에서의 VIP 미팅 행사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즉,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오히려 밀도 있는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피력하는 것이다. 대형 박람회의 겉핥기식 네트워킹에 피로도가 높았던 층에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365일 온라인 박람회를 준비하는 업체들  

IFA 2020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삼성전자가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박람회 직전인 9월 1~2일 박람회가 아닌 독자적인 온라인 행사를 하고 신제품 공개와 하반기 전략 가전 제품 등을 소개하는 언팩 행사 등을 별도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형 박람회의 참가에 중요한 의미를 뒀던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존 박람회 기간에 맞춰 신제품을 발표하던 기업들이 이제 각 사의 일정에 따라 신제품을 발표하는 추세로 옮겨 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말 오펠은 통상적으로 하던 신차의 오프라인 공개 행사 대신 새로운 MOKKA 모델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박람회에서 벌어지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오프라인에서 박람회 기간에만 진행됐던 행사들이 1년 내내 웨비나(웹+세미나)와 온라인 미팅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과 병행해 박람회를 진행했을 때 가장 큰 관건은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의 첨단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베를린의 스타트업(Xibit)은 전시회(Exhibit)와 박람회에 특화된 혼합현실(MR)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MR은 VR과 AR의 장점만을 가져오면서도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즉, AR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유저와 상호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물 인식과 공간 인식의 측면에서 기술에 차이가 있다. Xibit은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MR을 통해 물건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준다. 


Xibit은 2019년 뷰티플 소프트웨어 어워드(Beautiful Software Awards)를 수상했고 2020년에는 럭셔리 이노베이션 어워드(Luxury Innovation Award)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아 포브스에도 소개됐다. 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펑크(Business Punk)가 꼽은 톱100 창업가(Founder), 독일 VR·AR협회에서 발간한 2020년 2분기 ‘VR·AR 마켓 리포트-독일’ 리스트에 올랐다.

오프라인 관람객을 모니터링해 참여자 간 최대한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베를린의 스타트업 노타(Nota) AI도 주목할 만하다.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구현하기 위한 ‘딥러닝 압축 기술’을 보유한 노타 AI는 현재 CCTV 모니터링이나 제품의 불량 검출, 매장 내 재고 파악, 얼굴 인식 기반 출입 제어 AI 등에 쓰이고 있다. IFA 2020에서는 일반 관람객의 참가를 최소화하고 관람객 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 홀의 입구에서 입장객 수를 카운트하면서 최대 입장 인원을 750명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있었다. 

이는 간단한 센서 기술과 수동 카운트 방식이 결합된 기초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AI 기술을 이용한 관람객 모니터링과 출입 제어 기술 등의 적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타 AI의 딥러닝 압축 기술은 박람회뿐만 아니라 개별 업체들의 다양한 행사에 온 디바이스 AI를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베를린의 노타 AI는 한국의 (주)노타의 자회사이고 네이버 액셀러레이터의 첫 투자팀으로 선정되고 삼성과 LG의 동시 투자를 끌어 낸 특별한 이력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가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위기 속의 독일 박람회는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까. 전통적 대규모 글로벌 박람회가 하이브리드 박람회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통해 미래에 관한 작은 실마리를  발견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에도 발행되었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Blinkist, 베를린에서 세계로 간 오디오북 스타트업

출판문화산업 세 번째 연구 모임이 9월 25일 금요일에 베를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독일의 오디오북 스타트업인 블링키스트에 대해 소나기 랩의 변유경 씨가 발제하였고 소나기 랩의 멤버 외에 다른 분이 참여하여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글은 세 번째 연구 모임의 발제문과 그 후에 이루어진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블링키스트는 한 권의 책을 10분 정도로 요약해서 제공하는 앱으로 변유경 씨의 발제문은 약 두 달간 이 앱을 직접 사용해보며 블링키스트의 서비스가 유튜브, 팟캐스트와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있는지, 블링키스트만의 장점이 무엇이고 이미 오디오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오더블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블링키스트는 무료이용자를 유료이용자로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발제문은 블링키스트에 대한 소개 전에 독일 오디오북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먼저 짚어주고 있는데 이는 녹음 기술이 발전되기 시작했던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도이체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에서 괴테의 작품을 녹음해서 팔기 시작하면서 오디오북이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게 됩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 도이체 그라모폰이 방송국과 손을 잡고 오디오북 서비스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카세트에 녹음된 책들의 판매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성공은 오디오북을 전담으로 만들어내는 출판사들의 등장을 낳았고 이후 꾸준히 시장은 발전하게 됩니다. 1990년대에는 카세트테이프, 시디, MP3로 매체를 바꾸어 가며 오디오북이 판매되었고 2010년 이후에는 소규모 출판사의 생산 비용 부담으로 인해 대형 출판사가 책 인쇄와 함께 오디오북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블링키스트는 디지털 분야의 스타트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베를린에서 출발한 회사로 2012년에 설립되었으며  세계적으로 150만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세바스티안 클라인(Sebastian Klein)은 심리학 전공자로 블링키스트가 만들어지는 데 아이디어를 창안한 인물입니다. 독서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블링키스트의 출발이 되었습니다. 블링키스트에서 선정된 95% 정도의 책들은 저작권이 저자가 아닌 출판사에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출판사와 계약을 진행하며 다양한 출판사와 협업을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블링키스트의 성공 요인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꼽을 수 있습니다. 블링키스트는 고용된 130여 명의 직원들이 홀라크라시(holacracy) 시스템을 활용하여 회사 내에서 자율적이고 평등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아래 직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각자의 할 일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인데, 이 시스템 또한 블링키스트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논픽션 책을 요점 정리하여 제공하는 것이 블링키스트의 핵심 서비스입니다. 책 한 권의 요약본은 13분에서 25분 사이로 각각의 장이 한 개의 블링크로 되어있습니다. 1분에서 2분 정도로 된 이 각각의 장을 블링크라고 부릅니다. 거기에 도입부(introduction)와 최종 요약(final summary) 역시 개개의 블링크가 됩니다. 예를 들어 7개의 장으로 되어있는 책은 도입부와 최종 요약을 합해서 9개의 블링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링키스트는 매일 새로운 무료 블링크들을 제공하는데 듣는 도중에 내용을 놓쳤다면 같이 제공되는 스크립트를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논픽션 중에서도 자기개발서와 경제서가 대부분이며 간혹 에세이를 다루기도 합니다. 블링키스트의 사용자 후기를 살펴보면 긴 책을 너무 짧게 요약해 놓았다, 책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피드백과 책들에 별점을 주어서 평가한다면 책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의견을 볼 수 있습니다.  

유료 이용자의 리뷰를 살펴보면 개인 도서관(library)에 블링크들을 저장하고 스크립트를 Evernote나 Kindle로 보내거나 스크립트의 내용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링키스트 앱은 간단하면서도 필요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유로이용자들은 매월 6.67 유로/ 매년 79.99 유로의 요금을 내게 됩니다. 요점 정리 서비스 외에도 오더블처럼 몇 권의 책은 내용 전체를 들을 수 있습니다. 

블링키스트 캡쳐

발제 후에 토론은 ‘과연 블링키스트가 한국에서도 이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블링키스트는 유저 타겟팅이 명확하기 때문에 자기개발서나 경제서를 주로 읽는 독자들은 사용할 것이다, 책 소비 성향에 따라 타겟팅을 한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블링키스트 서비스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책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최단 시간 안에 최대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이다, 비즈니스나 산업 분야에서는 필요할 것 같다, 즉 책의 분야에 따라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과 블링키스트는 책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이며 그 신뢰성이라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블링키스트를 통해 책을 읽는다는 것도 책을 읽는 행위가 주는 만족감과 욕구를 충족시킨다, 책을 요약해주는 것에 블링키스트의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발제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블링키스트는 자체적으로 책에 대한 코멘트를 하지 않고 만약 틀린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책일 경우 그것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를 한 번 더 생산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블링키스트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한 번 더 지적되었습니다. 

블링키스트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토론 역시 이루어졌습니다. 현재는 출판된 책을 블링키스트가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출판이 아직 안 된 책을 먼저 블링키스트에서 들어보고 반응이 좋은 경우 출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테드의 15분 강연이 큰 반응을 일으켜 그 주제로 한 권의 책이 출판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한국에도 블링키스트 같은 서비스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토론이 진행되었고 이미 한국에도 요약 서비스가 있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는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블링키스트 서비스에 대해 영어 공부를 하기에 좋지 않을까, 블링키스트는 책을 대신 읽어주는 게 아니라 책을 더 읽고 싶게 해주기 위한 서비스이다, 아이디어가 좋다, 이러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타겟팅을 잘한 것 같다, 탄탄한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다, 유저들의 네트워킹이 돋보인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 빌딩 시도 역시 돋보인다, 결국 마케팅이 관건으로 보인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토론 막바지에는 블링키스트의 가능성에 대해 책 요약본이라는 다른 형태의 정보를 생산하고 있고 이 4,000권이라는 정보로 다른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키스트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Series C(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기업)로 분류되는데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하다 등의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끝으로 블링키스트와 같은 요약 서비스의 또 다른 사례를 짚어 보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의 중요한 뉴스를 요약해서 이메일로 제공하는 뉴닉을 들 수 있습니다. 뉴닉 역시 점점 더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데 근래의 유튜브 진출이 뚜렷한 예로 보입니다. 현재는 큰 매체가 된 허핑턴포스트도 뉴닉의 형태로 출발하여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것도 언급되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블링키스트는 책을 읽고 싶지만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어려운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확장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해 보이며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유저들이 유료이용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습니다. 이것으로 블링키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며 다음 모임에서는 유튜브로 시작해 어학 출판 시장 및 팟캐스트를 휘어잡은 이지저먼(Easy German)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다시 하나로 뭉치는 유럽

-독일, EU ‘임시 의장직’ 맡으며 향후 위기 극복 선봉 역할 할 것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독일이 임시 의장직을 맡으며 향후 유럽 국가들의 결집이 강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독일이 임시 의장직을 맡으며 향후 유럽 국가들의 결집이 강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휘청거렸던 유럽의 통합이 3월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과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유럽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다’는 오명에 휩싸였고 의료 시스템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독일이 이끌 EU의 최우선 과제 ‘재통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회복 기금에 관한 의견 차이로 각국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EU 통합은 점점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유럽중앙은행(ECB)이 2015년부터 진행해 온 양적 완화 정책인 ‘국공채 매입 프로그램(PSPP)’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독일 헌재는 이 정책이 EU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적절한 조치인지 독일 연방 정부와 연방 하원에서 철저히 분석, 입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기본법상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독일 경제학자와 법학자들이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내용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EU 회원국의 법원이 ECB의 독립성에 제동을 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독일이 지난 7월 1일부터 6개월간의 임기로 EU 의장국을 맡게 되면서 EU 통합과 위기 극복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7월 1일 독일 연방의회 대정부 질의 모두 발언에서 “독일이 어려운 시기에 6개월간 EU 이사회 의장국을 수임하고 의장국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관건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일은 EU 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의장을 도와 EU 의회에서 EU 경제 회복 전략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EU를 결속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가 발표한 EU의 주요 쟁점 사항은 △기후 보호 △디지털 주권 △세계에서의 유럽의 역할 등이다. 또 메르켈 총리는 지난 6월 18일 연방의회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 연대와 결집뿐만 아니라 10월 예정된 정상 회담 개최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EU와의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에 대해 유럽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는 것을 넘어 세계에서 유럽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코로나19의 경제적·사회적 여파는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이 EU 의장국을 맡는 동안 EU의 동력이자 중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속과 연대’라는 표현을 보면 올 하반기 독일이 이끌어 가는 EU가 유럽의 강력한 재통합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다시 하나로 뭉치는 유럽 [글로벌 현장]


◆EU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는 코로나19 위기에서 EU의 공동 대응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EU는 3월 중순 회원국 내 역학자와 바이러스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그룹을 구성해 코로나19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이어 집행위 홈페이지에 코로나19에 관한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파이팅 디스인포메이션’ 섹션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즉각적인 공동 대응을 시작했다.

이후 인공호흡기와 마스크를 유럽 내에서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레스큐(RescEU)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4월 초 의료·보호 장비 수입 관세·부가세 일시적 면제를 결정했다. 5월에는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주도 아래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기금 모금을 통해 74억 유로(약 9조9148억원)를 마련했고 이 기금을 코로나19 진단·치료·백신 개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5월 중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으로 혁신 의약품 이니셔티브(IMI)의 8개 프로젝트에 1억1700만 유로(약 1578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논의해 왔던 유럽의 공동 대응 사업이고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백신, 새로운 치료법, 진단 도구를 개발하는데 목적이 있다.

8개의 프로젝트 중 5개는 진단, 3개는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럽의 대학·연구소·기업·공공기관 등 9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예산의 17%를 지원 받으면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치료·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 지원 사업은 EU의 연구 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 예산 증액을 통해 7200만 유로(약 970억원)를 지원하고 제약업계와 IMI 파트너 기관에서 나머지 4500만 유로(약 600억원)를 지원하며 특별 패스트 트랙으로 신속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주목할 만한 EU의 공동 대응으로는 6월 중순 발표한 ‘EU 코로나19 백신 전략’이 있다. EU 집행위는 회원국이 양질의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고 최단 기간 내 공평한 백신 보급을 목표로 개별 백신 회사들과 협상해 사전 구매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를 위해 EU 내 공동 협상팀을 구성하고 긴급 지원 예산을 활용해 백신 회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유럽투자은행 대출도 활용할 예정이고 신속한 진행을 위해 사용 승인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포장·라벨링 규정을 완화하며 GMO 관련 규정도 일시적으로 적용을 제외하는 등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대 12~18개월 동안 백신 개발과 생산을 지원할 방침이고 임상 시험에 임박했거나 이미 착수한 회사들에 참여 요청을 독려하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국가별 차이가 크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의 의료 시스템 역량도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각국의 피해 회복력에도 편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EU 내부의 갈등을 극복하고 독일이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돼 있는 EU는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위기 확산에도 동시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주장하며 펼치는 국경 봉쇄, 개별 국가 위주의 대응 정책이 의미가 없다. 또 EU는 한국의 가장 큰 투자 파트너이자 제3의 교역 파트너다. EU의 코로나19 공동 대응에 따른 백신 개발 상황과 경제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독일이 임시 의장직을 맡으며 향후 유럽 국가들의 결집이 강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연합뉴스)

*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코로나 이후 독일의 생활 중심 문화예술교육

*소나기랩은 매주 발행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웹진인 아르떼 365+에 코로나 이후 독일의 생활 중심문화예술교육 <이웃에 귀 기울이며 동네에 스며들기>를 발행하였습니다.

동네 소식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소식이 전파되는 경로, 새로운 소식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관찰해볼 만한 일이다. 처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도시 봉쇄로 인해 텅빈 우한(武漢) 거리 모습이 뉴스로 연일 보도되고, 플라스틱 물통을 방역 장비로 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 등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으며, 봉쇄로 치료를 받으러 가지 못하는 딸을 살리기 위해 바리케이드 앞에서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 등이 드라마틱하게 전해져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모두의 일이 될지 예견하지 못한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을 끼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난 1월, 국내에도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이제는 중국이 아니라 우리 동네 소식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해졌으며, 내 생활반경 안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전국 상황도 중요했지만, 내가 사는 지역 상황이 궁금해진 사람들은 시나 구의 홈페이지, 지역 맘카페를 드나들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베를린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월 말, 이탈리아로 스키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대거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되고, 급속도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3월 중순에는 학교와 유치원, 레스토랑 등이 문을 닫고, 대부분의 회사원도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전국뉴스보다는 지역뉴스와 신문을 확인하면서 자기 동네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기본적으로 주 정부별로 다른 시스템과 정책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로 주별로, 도시별로 혹은 지역구 별로 다르게 진행되었다.


가상으로 진행된 베를린 연극축제
[사진출처] 베를린 페스타

국가지원부터 지역사회의 후원과 지지까지문화예술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일 헌법은 예술을 사회가 보호해야 할 귀중한 가치로 정하고 동시에 문화정책 수립과 관련된 주요 역할을 연방 정부가 아닌 16개 주 정부에 위임하고 있다. 주 정부도 행정의 주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그려주는 역할을 담당할 뿐 실질적으로는 시·군 규모의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 문화예술기관 당사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의 강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독일의 문화예술은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오랜 전통이 있었고,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을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프리랜서/소기업/자영업자에게 ‘즉시 지원금(Soforthilfe)’을 지급할 때 문화예술인을 포함하였다.

베를린의 1인 자영업자(문화예술인 포함)부터 5인 이하의 팀 및 소기업에는 3개월간 최대 9천 유로(한화 약 1천 200만 원)의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였으며, 10인 이하에는 최대 1만 5천 유로(한화 약 2천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행사가 취소되고, 입장권이 환불 조치되면서 이로 인해 예술가 사회보험* 가입자들의 수입이 끊기고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고려하여, 변동된 예상 수입을 신고하여 보험료를 재산정하거나, 보험료 납부가 어려울 경우 지불 조건 완화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술가 사회보험(Künstlersozialversicherung) : 대부분의 예술가가 고용 관계에 놓이지 못하고 자영 예술가로 활동하면서 적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고용 관계를 갖지 못한 프리랜서 예술가들을 사회보험체계 안에서 보장하기 위해 독일 연방정부에서 1981년에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법적 사회보험 가입대상의 자격을 취득하여, 근로자와 같이 의무적으로 연금보험, 의료보험 및 요양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예술가 역시 근로자와 동일하게 사회보험료의 50%를 자기가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국가가 20%, 언론, 출판사, 갤러리 등의 저작권 사용자가 30%씩 납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또 예산이 지원되었던 문화 프로젝트 및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종료되는 경우, 공공 예산 및 보조금법률에 따른 사례별 조사 후 이미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소비된 예산은 회수하지 않기로 하였고, 행사 취소로 인해 남은 예산만 반납하도록 했다. 이 밖에 소상공인, 프리랜서(예술가 포함)의 6개월간 주거비 보조를 위해 110억 유로(한화 약 15조 4천억 원)를 추가 지원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 차원의 문화예술에 대한 든든한 지원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이다. 앞서 언급한 국가 및 주 차원의 지원 이외에도 #Saengerhilfe(성악가돕기), #support your local artist(지역예술가 돕기), #join us at home(집에서 함께해요), #ich will kein geld zurueck(환불받지 않겠습니다.) 등의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 등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성악가돕기 운동에는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참여하면서 일주일만에 10만 유로(한화 약 1억 3천만 원)를 모금하였다.문화예술계에서도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환불받지 않겠습니다
[사진출처] 트위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 공연까지 600여 편의 공연 영상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두 무료로 공개하였고,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를 비롯하여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한 사례는 유명하다. 매년 5월에 열리는 베를린 연극축제(Theatertreffen)도 가상 공간에서 개최(Virtual Festival)되었다. 음악가나 예술가 개인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자체는 수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자신의 ‘작업’을 지속시켜나가는 활동이기도 했다.그런데 수업도 일도 만남도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데에 지친 사람들은 쏟아지는 온라인 행사에 피로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기 활동 반경 안에서 적정한 거리를 두고 대면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고, 홈스쿨링과 육아로 지친 부모들, 함께 놀 친구를 잃은 아이들도 대안적인 놀이로서 특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 동네의 재발견에 나섰다.

‘우리 동네’에서 놀자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 북독일 지역에서만 쓰이는 ‘키이츠’(Kiez, 동네)라는 단어가 있다. 이 지역만의 특별한 지역문화를 일컬을 때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독일의 화가 이름을 딴 베를린의 ‘콜비츠 키이츠’는 콜비츠 광장을 중심으로 예쁜 카페와 상점이 많고, 광장에 주말마다 작은 시장이 들어서며, 동네 사람들이 자기의 물건을 내다 파는 벼룩시장도 열리는 곳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키이츠는 지역 상생의 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콜비츠 키이츠 지도 [사진출처] kiezografie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쇼핑, 먹거리 등을 해결하고 있고, 덕분에 키이츠 안에서 열리는 문화예술교육 행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네벤안’은 동네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올라오고, 그 해결책도 동네에서 찾는다. 잘 쓰지 않는 공구나 텐트 같은 용품을 공유하거나 자기가 쓰지 않는 시간 동안 자전거나 자동차를 빌려주기도 한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고, 아이의 연령대가 같은 가족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놀이터에서 만나 놀기도 한다.

네벤안은 특히 코로나 시기에 지역 공동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바로 노약자를 위해 시장을 봐주거나 병원에 데려다주기, 긴 시간 집을 비웠을 때 식물에 대신 물주기 등 필요한 사항을 올리면, 서로 연락해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다. 동네 중심의 실질적 생활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네벤안에서는 동네 예술가들의 공연이나 이벤트, 미술·연극 수업 등을 홍보하고 동네 중심의 발코니 콘서트를 기획하거나 작은 요리 워크숍을 기획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등 3~5인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조직하는 것을 돕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자 자기 집의 책장을 공유하고, 함께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의 밤’과 같은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발코니 콘서트를 제안하는 마틴 [사진출처] 네벤안

이 활동들은 네벤안에서 발행하는 매거진을 통하여 소개 된다. 네벤안은 코로나로 인해 자신의 작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 예술가들을 위해서 동네 중심의 ‘판’을 마련해 주는 데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직접 대면이 어려운 시기에 온라인이 최고의 대안이라도 되는 양, 홍수처럼 온라인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사람과의 만남에 더욱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되면서,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깊어져 간다.

‘랜선’을 통해 ‘방구석’에서 오붓하게 즐기는 온라인 중심의 문화예술이 한 축을 차지한다면, 다른 한 축은사람과의 직접 만남을 통한 지역 생활권 내의 문화예술 경험이다. 코로나 위기를 통해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감정과 표정, 숨결의 공유가 그만큼이나 귀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어느 해보다 날씨가 더욱 좋았던 베를린의 2020년 봄, 여름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동네의 작은 소식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예전과 같은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이 동네에서 나는 어떻게 스며들 것인가.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참고자료]· 독일연방공보처· 성악가돕기· 베를린 연극제· 콜비츠 키이츠· 네벤안 매거진